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골프해금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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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정권의 서슬이 시퍼렀게 살아있던 5공화국 시절 우리나라에는 속칭 ‘대통령 골프’라는 게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골프를 할 때 방해 받지 않기 위해 앞 뒤 홀을 모두 비워둔 것을 일컫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필드에는 잘 나가지 않고 청와대 골프 연습장을 주로 이용하곤 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소리가 나지 않는 ‘용각산 골프’. 모두 골프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생긴 별명들이었다. 얼마나 좋았으면 영국의 아서 밸푸어 전 총리는 “건강과 보양, 상쾌함과 흥분, 끊임없는 즐거움을 주는 놀이”라고 극찬했을까. ‘골프는 악마가 인간을 타락시키려고 고안해낸 놀이’라는 속설이 빈말은 아닌 듯싶다.


하지만 그 매혹적인 운동을 우리나라 공무원이 즐기기란 절대 쉽지 않다. 골프가 공직기강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등장하며 금족령과 해금이 반복됐기 때문.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에 대한 골프금지령이 처음 내려진 것은 백두진 국무총리 시절인 1971년 2월. 그러나 늦깎이 골프광이 된 박정희 대통령 덕에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운동’하러 가는 길이 완전히 차단된 것은 “골프는 너무 재미있는 게 단점”이라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3년 청와대에 입성하자마자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돌변하면서부터. 그때의 ‘골프 굶주림’이 얼마나 컸으면 1998년 3월 김종필 전 총리가 ‘해금’을 선언한 직후 골프장마다 높으신 분들이 몰려 부킹 대란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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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공직자 골프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해 사실상 해금령을 내렸다. “(공무원들이)바쁘셔서 골프 칠 시간이 있겠어요”라는 2013년 7월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냥 골프 치러 나가면 하루가 다 소비되는 것처럼 여겨지니 바쁘겠다고 순수하게 생각한 것”이라며 “말조심 더 해야겠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의 ‘순수한’ 뜻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3년간이나 금지령으로 잘못 해석한, 그래서 내수 활성화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공무원들의 잘못이 너무 컸나? /송영규 논설위원

송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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