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상 음란물 등 각종 유해 콘텐츠와 사이버 폭력과 범죄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범부처 차원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대통령 직속으로 ‘건강한 인터넷 발전을 위한 위원회(가칭)’를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타당성을 검토, 청와대에 요청하기로 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2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각계 전문가 23명으로 구성된 ‘인터넷문화정책자문위원회’를 열어 “인터넷은 순기능도 크지만 역기능에 대한 폐해도 심각해 사회적으로 다 같이 나서야 한다”고 이 같은 뜻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해외 사업자의 유해 사이트 차단을 위한 국제공조 노력이 필요하다”며 “구글·트위터·페이스북과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을 확대하고 중국 인터넷판공실과 건전한 윤리문화 확산을 위해 양해각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자문위에서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트위터·텀블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아프리카TV 등 1인 방송, 소라넷 등의 악성 커뮤니티를 통해 유해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난으로 모르는 타인을 구타하거나 성적 모욕을 주는 장면을 촬영해 올리는 ‘해피 슬래핑(happy slapping)’이나 헤어진 연인과의 과거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는 복수 포르노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고광본 서울경제신문 정보산업부장은 “건강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방통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무조정실·미래창조과학부·교육부·법무부·국방부 등 범부처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직속 ‘건강한 인터넷 발전을 위한 위원회’ 추진을 제안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기구가 구성되면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뿐만 아니라 미래부·금융위윈회·교육부 등이 함께 ‘창조경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세대 간 정보 격차 해소까지 다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동석한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에게 범부처 차원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의 일환으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관한 검토를 지시했다.
발제를 맡은 임상수 경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사이버 폭력의 피해가 심각해 사생활 보호도 안 되고 피해가 빨리 넓게 퍼지고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흥신소가 건당 80만원 정도를 받고 예비 배우자의 과거 인터넷 기록을 조사한다든지 200만원가량을 받고 의뢰인의 온라인 기록을 지워주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지적이다. 노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은 “청소년이 사이버 폭력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온라인상 잊혀질 권리를 적극 보장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은 “기사마다 댓글을 누가 썼는지 최근 성별과 연령대를 공개하는데 성인들이 악성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인터넷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감동적인 스토리에 좋은 댓글(선플)이 많이 달린 것을 볼 수 있는데 긍정적인 콘텐츠를 전파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임상수 교수는 “남아공에서는 학생들도 에이즈(AIDS)가 만연했으나 온라인 공간에서 유명 스타가 피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줘 발병률을 크게 낮췄다”며 유명인들의 동참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