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0일 필리핀으로 출국해 14일 귀국한 K(20)씨가 27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시 노원구에 거주하는 K씨는 필리핀 여행을 다녀온 뒤 20일 처음 감기 증상이 나타났다. 이후 22일부터 발진 증상을 보였다. K씨는 필리핀에 머무르던 11~14일 사이 모기에 물린 것으로 알려졌다. 질본 관계자는 “이 남성의 경우 특이하게 혈액이 아닌 소변에서 아주 적은 양의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며 “지카바이러스의 매개체는 모기이고 이 남성의 혈액에서는 지카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 환자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지카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성적 접촉에 의해서도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전파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은 하지만 이 환자가 유입된 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필리핀을 지카바이러스 유행국가가 아닌 산발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국내 첫 환자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지역인 브라질 등의 지카바이러스 유행국가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의 산발국가도 주의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앞서 지난달 23일 한국인으로서 첫 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43세의 L씨만 해도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서 지카바이러스에 걸려 입국했다.
특히 동남아는 국내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질본 관계자는 “이 환자는 유행국가가 아닌 산발국가에서 지카바이러스에서 감염됐다”며 “이를 통해 볼 때 동남아 등을 여행할 때도 모기에 물리지 않는 등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본은 감염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치료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국가지정 병상이 있는 의료기관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을 권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철저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기석 질본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교역·관광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지카바이러스 환자가 추가로 유입될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고 말했다.
올 2월부터 현재까지 지카바이러스 의심신고 건수는 총 258건이다. 2건은 양성, 252건은 음성으로 판정 났고 4건은 조사 중이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