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KB금융지주(현대증권) 등 자기자본 5조원을 넘나드는 초대형 증권사들의 탄생을 계기로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의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정부가 증권업 재편 가속화를 목표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 개편, 기업신용공여 확대 등 대형사의 영업에 유리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대형 증권사들이 M&A·증자 등을 통해 계속해서 몸집을 불려 나가면서 앞으로 사업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5년 내 국내 증권사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을 것이며, 물론 이 중 대부분은 중소형 증권사일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찌감치 치열한 ‘적자생존’의 과정을 거쳐 생존에 성공한 일본 중소형 증권사들의 선례는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에게 “특화하지 않으면 생존을 도모할 수 없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국내 증권사의 한 대표는 “별다른 사업적 특색 없이 대형사와 유사한 ‘종합백화점’ 식의 영업 방식으로 다수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명맥을 이어가던 시대는 끝났다”라며 “대형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틈새 사업을 공략·전문화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틈새시장을 확보해 자사만의 사업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국내 중소형 증권사 간의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대기업에 비해 약한 체력으로 국내 자본 조달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중소·벤처 기업의 자금 조달 및 맞춤형 지원 창구를 자처하며, 투자은행(IB)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중소기업특화증권사에 선정된 IBK투자증권·유안타증권(003470)·유진투자증권(001200)·KB투자증권·코리아에셋투자증권·키움증권(039490)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코스닥·코넥스 기업공개(IPO) 주관 업무를 비롯해, 중소형 상장사의 증자·채권 발행 등 자본 조달 지원 등을 통해 대형 증권사 중심의 자본 시장에서 먹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와 맞물려 해외 투자의 구조적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 상품 중개에 힘을 쏟는 곳도 있다. 동부증권(016610)은 외국계 증권사와 연계해 해외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상품화해 국내 기관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7월부터 일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 긴밀한 업무 제휴 관계를 맺어 온 일본 아이자와 증권과의 협업을 통해 일본 현지 증시 전망 및 개별 기업 분석자료를 국문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본래 강점이 있는 온라인 브로커리지의 전문성을 살려 연초 비대면 WM 서비스인 ‘이베스트 프라임’을 선보이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베스트 프라임은 온라인을 통해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에 대한 관리와 상담을 해주는 서비스다. BNK금융지주 산하의 BNK투자증권은 영남권 기업들과의 유대 관계가 높은 강점을 살려 기업금융·IB 분야에서 지역 밀착형 증권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