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자본시장 빅뱅…활로 찾아서]체질개선·틈새 개척…증권, 미래를 담다

영업환경 갈수록 악화…실적 추락 전망

브로커리지에만 의존하면 시장서 도태

ISA 등 금융산업간 영역 넘는 전략 필수



“올해 한국 증권사들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근 발표한 ‘한국 증권업 전망’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대내외 거시경제의 우려로 금융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면서 한국의 증권업계도 어려운 영업환경에 직면할 것”이라며 “특히 주식 거래량 감소로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부문이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의 경고대로 올해 국내 증권사들의 앞날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돼있다. 지난해 상반기 증시 반짝 호황에 힘입어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어나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지부진한 장세가 이어지면서 거래대금이 급감했다. 또 중국 증시 급락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까지 더해지며 주요 증권사들의 올해 1·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저금리·저성장 기조까지 고착화하면서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증권업계의 성장 가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일명 ‘만능 재테크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등 기존 금융산업간 영역을 깨뜨리는 자본시장의 획기적인 변화도 증권사들의 생존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제 국내 증권사들에게 생존을 위한 보다 과감한 혁신과 발 빠른 체질 개선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신규 유입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획기적인 변화 없이 기존의 손쉬운 브로커리지 수익에만 계속 의존하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증권사들도 생존을 위해선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면서 점차 수익구조를 다변화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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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초대형 증권사의 등장은 자본시장의 일대 지각변동과 더불어 금융투자업계의 대대적인 혁신과 강도 높은 체질개선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대 우리보다 먼저 자본시장의 빅뱅을 겪었던 일본의 경우 기존 시장구도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증권사마다 앞다퉈 업무 분화와 특화를 통한 차별화에 나섰다. 구조개편을 통해 몸집을 키운 대형 증권사들은 해외로 진출했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틈새시장 공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를 계기로 노무라증권은 일본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고, 일본의 증권업계는 기존 브로커리지 기반의 천수답식 수익구조를 다변화했다.

결국 자본시장의 빅뱅이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서운 시한폭탄이 될지, 아니면 체질개선을 통해 새롭게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점프대가 될 것인지는 증권·운용사들에게 달려 있다. 초대형 증권사의 탄생을 비롯해 국내 자본시장에 수많은 변화가 예고된 올 한 해가 금융투자업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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