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봉우리? 엉덩이!...익숙한듯 낯선 '유사풍경' 세계

中 리우웨이, 삼성미술관서 개인전

풍경처럼·하찮은 실수·룩!북 등 전시

태평로 플라토미술관에 전시된 리우웨이 ‘풍경처럼’태평로 플라토미술관에 전시된 리우웨이 ‘풍경처럼’


희뿌연 안개를 배경으로 굽이치는 산세가 펼쳐진다. 계곡과 절벽을 지나 산등성이 너머 작은 오솔길로 시선이 움직이다 보니, 아뿔싸. 산봉우리인 줄 알았던 것은 벌거벗은 채 치켜든 사람의 둔부였다. 무성한 수풀은 덥수룩한 털이었고, 희미한 오솔길은 속옷 자국이었다.

작가 리우웨이(44)는 2004년 상하이비엔날레에서 이 ‘엉덩이 산수화’를 처음 선보였다. 원제는 ‘풍경처럼’. 당초 작가는 전시장에 실제 화물열차 1량으로 설치해 비엔날레에 초대받지 못한 작품들로 ‘전시 속 전시’를 만들고자 했지만 주최측의 저지에 부딪혔다. 그러자 작가는 태도를 바꿔 전통적 중국 산수화로 보이는 이 작품을 내놓았다. 주최 측을 향한 ’조롱’이던 이 사진 연작으로 신진작가 리우웨이는 일약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중국 현대미술의 차세대 대표작가 리우웨이의 대규모 개인전 ‘리우웨이:파노라마’가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28일 개막했다.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인 듯하지만 진짜 풍경과는 사뭇 다른 ‘유사 풍경’은 리우 웨이의 작품의 중요한 특징이다. 근대기 중국 건축물에서 가져온 폐자재로 만든 대형 설치작품 ‘하찮은 실수’는 얼기설기 엮은 자재들이 중세 교회의 첨탑 같은 위엄을 흉내 낸다. 연녹색의 자재는 정부청사·군대 등 권력기관의 창틀이었고, 미색의 목재는 병원과 학교 건물에 쓰였던 것들이다. 파괴와 재건축이 반복되는 현대의 일상을 꼬집는다.


그런가 하면 대리석 조각처럼 보이는 ‘룩!북’은 버려진 책더미를 보고 활자 문명의 위기를 느낀 작가가 책을 깎아 만든 작품이다. 책장의 결이 드러나는 작품은 마치 잊힌 역사의 폐허나 유물을 연상시키는데, 그 육중함에서는 무너지지 않을 지식의 견고함도 감지된다. 안소연 플라토 부관장은 “‘리드(read) 북’이 아니라 ‘룩(look) 북’이라고 제목 붙인 데서 이미지 시대인 오늘날 책을 ‘보는 것’과 ‘읽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며 “그가 창조한 중세 유럽의 성당이나 마천루는 권력의 허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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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웨이는 ‘천안문세대’인 그의 선배 작가들이 예술을 사회개혁의 일부로 생각하고 ‘냉소적 사실주의’라 불리는 정치적 팝아트를 선보였음에도 캐릭터화 된 중국적 인물화로 상업주의에 빠져든 데 반기를 들었다. 그는 서구의 시각으로 본 ‘중국적 이국주의’에 반대하며 인류 문명에 대한 보편적 고찰을 시각화 했다.

한편 1999년 로댕갤러리로 출발한 플라토미술관은 8월14일까지 열리는 리우웨이의 전시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무료 관람.

플라토미술관에 설치된 신작 ‘파노라마’ 앞에 선 작가 리우웨이 /사진제공=플라토미술관플라토미술관에 설치된 신작 ‘파노라마’ 앞에 선 작가 리우웨이 /사진제공=플라토미술관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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