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썸타는 영화&경제] (27) ‘인타임’과 시간의 경제학

금융재벌의 외동딸인 실비아는 부자의 삶이 헛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금융재벌의 외동딸인 실비아는 부자의 삶이 헛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출처=네이버영화




#시간이 화폐인 미래사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가난뱅이다. ‘하루’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다. 살라스가 주인공인 영화 ‘인타임’의 세상에서는 시간이 화폐다. 커피 1잔은 4분, 권총 1정은 3년, 스포츠카 1대는 59년에 거래된다.

‘인타임’에 그려진 인류사회의 미래상은 망측하다. 모든 사람은 25살이면 노화를 멈추고, 1년이라는 시간(화폐)을 공평하게 받는다. 그 1년을 모두 다 써버려 시간이 ‘0’에 도달하는 순간 심장마비로 즉사하게 되는 것 또한 예외가 없다. 하지만 이 가상의 미래사회는 불평등하다. 수 만년을 가져 영생을 보장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 몇 시간이 없어서 목숨을 위협받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사는 곳도 다르고 삶의 방식도 딴판이다. 뉴그리니치에서는 가진 거라곤 시간(돈) 밖에 없는 사람들이 호화로운 파티와 카드놀이 같은 게임을 한가로이 즐기며 영생하지만, 살라스가 속한 데이톤에서는 1분 1초도 목숨처럼 아끼며 바삐 움직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빈민도시에 사는 살라스는 시간(돈) 걱정 없이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출처=네이버영화빈민도시에 사는 살라스는 시간(돈) 걱정 없이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출처=네이버영화


#뺏어야 영생하는 사회

28세 청년인 살라스는 으레 세상이란 그런 것이려니 살아왔으나, 갑자기 세상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한다. 100년의 시간을 가진 105살의 부자 해밀턴(맷 보머)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면서 자기 시간을 살라스에게 넘겨주고 나서 생긴 변화다. 해밀턴은 죽기 전 ‘시간화폐’ 시스템의 부패함을 말해준다. “남의 시간을 뺏어야만 내가 영원히 사는 거야”라고. 여기에다 살라스는 자신의 어머니 레이첼(올리비아 와일드)이 버스요금 1시간이 모자라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당한다.

분노한 살라스는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생각으로 부자도시 뉴그리니치에 잠입한다. 그곳에서 금융재벌 웨이스(빈센트 카세이저)를 도박에서 이기고, 그의 딸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와는 운명적인 인연을 맺는다. 그러나 살라스를 추격하는 타임키퍼(보안관) 리온(킬리언 머피)이 들이닥치면서 살라스는 실비아와 함께 빈민도시 데이톤으로 달아난다.

살라스와 실비아는 함께 도망자 신세가 돼 세상을 바꾸는 일에 나선다.  /출처=네이버영화살라스와 실비아는 함께 도망자 신세가 돼 세상을 바꾸는 일에 나선다. /출처=네이버영화


#시간가치 평가사업 각광


시간이 돈이라…. ‘인타임’의 설정은 농담으로 흘려듣기엔 묵직한 부분이 있다. 왜 “시간은 금”이라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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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시간은 비용이라는 측면에서 돈이나 다름없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이 이에 해당된다. 예컨대 극장에 갔는데 영화가 재미없다면 영화관에서 나오는 것이 경제적일까, 아니면 끝까지 보는 것이 경제적일까. 영화관을 뛰쳐나와 유익함이 크다면, 그러는게 경제적인 선택이다.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온라인 공간에서는 시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시간의 가치를 계산해주는 비즈니스 ‘클리어띵킹닷오그(ClearerThinking.org)’와 ‘런베스트(LearnVest)’가 대표적이다.

‘서머타임제’ 또한 시간에 대한 가치평가 때문에 찬반이 갈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재계와 일부 정부 부처는 내수활성화 효과를 강조하며 서머타임의 도입을 적극 주장하지만, 한편에서는 서머타임 도입이 근로시간만 늘릴 뿐 국민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이 더 크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비아는 시간은행을 털기 위해 권총을 들었다. /출처=네이버영화실비아는 시간은행을 털기 위해 권총을 들었다. /출처=네이버영화


#“하루면 많은걸 할 수 있지”

‘인타임’에서 살라스는 실비아와 사랑도 이루고 바라던 대로 세상을 바꾼다. 실비아와 함께 권총을 들고 시간은행을 털어 빈민에게 무려 100만년의 시간을 나눠주었고, 이제 빈민도시에도 시간(돈)이 부족해 객사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세상은 좋아졌는가? 영화는 여운을 남겼다. TV뉴스 화면과 더불어 나오는 앵커의 목소리다. “공장들이 모두 폐쇄됐습니다.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당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경제 시스템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그런 건 논외로 치더라도 ‘인타임’의 이런 대사들은 곱씹을 만하다. “하루면 많은걸 할 수 있지.”(살라스) “가난하면 죽고, 부자는 헛살죠.”(실비아) “때가 되면 죽어야 하는 거야.”(해밀턴) /문성진기자 hnsj@sed.co.kr



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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