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영개선 요구에 복지를 줄였던 공공기관이 지난해 다시 복지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0조원이 넘는 공공기관 부채의 70% 이상을 안고 있는 공기업이 복지지출을 16% 넘게 확대했다.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년도 공공기관 경영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323개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 지출액은 7,850억원으로 전년보다 5%(371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12월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상화 대책’을 내놓고 공공기관이 자원외교 실패에 따른 과도한 부채와 씀씀이가 큰 복지를 바로잡게 했다. 2013년 당시 공공기관의 부채는 520조4,000억원, 부채비율은 217%에 육박했다. 경영개선책에 따라 공공기관은 2013년 9,427억원이던 복지지출을 2014년 7,479억원까지 줄였다. 하지만 경영개선 작업으로 지난해 전체 부채가 505조원, 부채비율이 183%까지 내려가자 다시 복리후생비 지출을 늘렸다.
복지 지출은 323개 공공기관이 다 늘린 것이 아니다. 공기업만 늘렸다. 준정부기관은 복지지출이 1,777억원으로 전년과 같았고 기타공공기관(2,909억원)은 전년에 비해 2.4% 줄였다. 반면 전체 공공기관 부채(505조원)의 72%(365조원)를 차지하는 공기업만 복리후생비용으로 지난해 444억원 더 썼다.
문제는 늘어난 복지비용이 대부분 현금성 비용인 ‘복지포인트’로 지급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 주요 내용을 보면 복지포인트가 대부분인 선택적 복지 비용이 2,958억원으로 전년(2,640억원)보다 318억원 늘렸다. 이와 함께 지난해 보육비와 학자금 지출(1,367억원)도 전년에 비해 175억원 증가했다. 반면 의료비·건강검진(701억원), 기념품비(334억원)는 각각 123억원, 20억원 감소했다.
공공기관의 복지지출이 늘어난 데는 신규채용을 늘린 영향도 있다. 지난해 전체 공공기관 신규채용은 1만8,993명으로 2014년보다 7.9%(1,392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임직원 정원도 28만7,000명으로 2.4%(8,107명) 늘었다. 전체 인원 증가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액은 170억원 수준으로 분석됐다. 인원증가분을 빼더라도 전체 복지비용은 200억원 이상 늘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실적이 개선되며 사내복지기금 출연이 증가했고 그 결과 선택적복지와 보육비·학자금 지출이 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