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곳간 바닥난 신보 "정책수단 휘둘려선 안돼" 위기감

현대상선·한진해운 회사채 9,000억 떠안아 손실 불가피

"중기지원기관 취지 벗어나 과도한 정책개입이 부른 결과"







신용보증기금이 해운사 구조조정의 유탄을 맞았다. 신보는 현재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 9,000억원을 떠안고 있는 상태로 해운사의 채무 재조정이 실시되면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중소기업 지원기관이라는 본래 영역에서 벗어나 정부의 정책에 따라 대기업 지원까지 나서다 보니 빚어진 결과라며 더 이상 정책수단으로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신보가 ‘협약채권단’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보는 정부가 2013년 도입한 시장안정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참여 기관으로 편입되면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를 약 9,000억원 규모로 떠안았다. 신보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이들 대기업 회사채에 신보가 보유하고 있던 중소기업 회사채를 섞은 후 보증을 더해 유동화 증권을 발행했다. 유동화 증권의 기초자산인 각 회사채가 만기 시 정상 상환되면 SPC는 이 돈으로 유동화증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는 구조다. 그러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대한 채무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신보는 이미 보증한 유동화 증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자체적으로 상환해야 한다.

관련기사



그러나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는 유동화 증권 상환 자체가 어렵다. 신보는 시장안정 P-CBO에 따라 시장안정계정이라는 새로운 돈 주머니를 만들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은행자본확충계정에서 1,500억원, 중소기업 지원용 유동화회사계정에서 1,500억원을 넣었다. 여기에다 약 2,000억원의 정부 출연금을 포함해 현재 시장안정계정에는 약 5,000억원이 남아 있다. 이는 신보가 유동화증권에 보증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회사채 규모(9,000억원)에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는 기업처럼 보유한 회사채 규모의 65%를 충당금으로 쌓는 데도 부족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신보의 한진해운 협약 채권단 탈퇴는 “추가로 필요한 돈은 정부 당국에서 메꿔 달라”는 압박으로도 풀이된다. 시장안정계정 자금 대부분이 은행자본확충계정·유동화회사계정에서 전용한 돈인 만큼 신보는 “다른 용도로 모아 둔 돈을 대기업 지원에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시장안정계정의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추가 전용은 불가하다는 게 신보 측의 입장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보 내부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정체성이 훼손된다는 목소리가 많아 협약 채권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신보가 협약채권단에서 빠진다고 하더라도 채무 조정은 협약채권단과 같은 비율로 하는 데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