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한진해운 자율협약 이르면 내달2일 개시

산은, 수정 자구안 안건 부의

사채권자·선박금융 동참 등

사업기반 유지 전제조건 걸어

신보는 채권단 탈퇴 움직임

발뺄땐 협약채권액 1조 안돼

정상화 작업 걸림돌 우려도

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지원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지원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한진해운이 29일 채권단에 정상화 방안 수정안을 제출했다. 산업은행이 정상화 방안을 수용하기로 가닥을 잡고 이날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채권단에 부의하면서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은 이르면 다음달 2일 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은 이날 오후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자율협약을 다시 신청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산은에 자율협약을 신청했지만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대상 채무 재조정 계획, 4개월간 유동성 확보 방안 등이 미비해 산은으로부터 자료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 받은 바 있다.

한진해운은 수정 자구안에 용선료 부담을 연간 15~20%가량 줄이는 계획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진해운의 연간 용선료는 1조원 정도로 이를 8,000억원 초반으로 내리는 안이다. 또 4개월간 유동성 확보 방안과 사채권자집회 개최 등을 통한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안도 마련했다. 다만 사재출연은 포함되지 않았다.



산은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이날 오후 늦게 채권단에 자율협약 개시 안건을 부의했다. 채권단은 주말 동안 논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2일께 채권단 회의를 열어 안건 찬성 여부를 결정한다. 자율협약 개시를 위해서는 채권단 100%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부의 안건은 현대상선 때와 동일하게 자율협약 개시와 3개월간 협약채권 채무상환유예다. 다만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선주와 회사채 등을 보유한 사채권자 이밖에 선박금융기관 등의 동참 및 해운 동맹 등의 사업기반 유지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자율협약이 중단되는 조건으로 내걸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정상화 방안에는 채권단이 지적한 용선료 인하 계획과 자금 부족분에 대한 대응이 지난번 안보다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면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채권단뿐 아니라 비협약채권자 등의 피해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자율협약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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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산은은 이날 오전 채권단 긴급 회의를 소집해 채권단에서 신용보증기금이 탈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신보가 채권단에서 빠질 경우 주요 채권단은 산은·수출입은행·농협·KEB하나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 등 6개다. 신보가 채권단에서 빠지면 신보의 의결권만큼을 남은 6개 기관이 떠안는 방식으로 의결권 재조정을 거치게 된다.

신보는 25일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처음 신청할 무렵부터 탈퇴 움직임을 보여왔다. 신보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약 4,300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신보가 채권단에서 탈퇴하면 사채권자와 같이 비협약채권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신보가 가진 채권은 사채권자의 채무 재조정에 포함되는 것이다.

다만, 신보가 채권단에서 빠지면 채권단의 협약채권액이 1조원 이하로 줄어들어 정상화 작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보를 포함할 경우 채권단이 가진 협약채권은 직접 여신 7,000억원, 산은이 보유한 회사채 2,200억원, 신보 4,300억원 등 총 1조4,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신보가 채권단에서 빠지면 협약채권단의 채권액은 1조원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경우 금융권 채무가 많지 않아 ‘조건부’ 자율협약을 통해 사채권자들의 만기 연장을 푼다는 계획이었다. 협약채권 비중이 더 줄어들면 채권단이 비협약채권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입지가 더욱 줄어든다. 신보가 제외되면 한진해운의 경우 총 차입금 5조6,000억원 중 협약채권이 1조원 정도다. 현대상선의 총차입금(4조8,000억원)이나 협약채권(1조2,000억원)보다 적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건부 자율협약은 기업이 사채권자집회를 통해 사채권 만기를 연장하는 조건으로 채권단의 채무를 동결시켜 그 기업의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인데 신보가 탈퇴하면 협약채권이 줄어들면 채권단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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