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빨라지는 中 '로봇굴기'…마냥 웃을수는 없다

공장 자동화 독려·로봇산업 육성

세계 최대 산업로봇국가 눈앞에

생산성 향상·인력난 해소 효과

일자리 줄어 농촌경제 성장 막아

도농간 빈부격차 확대 우려 커져

印·인니 등 저임금 국가도 타격





수백명의 노동자가 줄지어 앉아 열심히 바느질하는 모습을 10년 뒤 중국에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중국 정부의 ‘로봇굴기’ 드라이브로 산업용 로봇이 단순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남부 광둥성 지역 생산업체들의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연말이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업용 로봇을 가동하는 나라로 올라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로봇연맹 자료를 보면 중국의 연간 로봇 구매 대수는 이미 지난 2013년을 기점으로 한국·일본·독일 등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중국의 로봇 바람은 중국 경제를 견인해온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사라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35년간 이어진 뒤 지난해 폐기된 한 자녀 정책의 영향으로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10억명에서 오는 2030년 9억6,000만명, 2050년 8억명으로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광둥성 포산시에서 가전제품 공장을 운영하는 한 사업가는 FT에 “인건비가 매년 오르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부모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들을 대체할 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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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인력난을 해소하고 제조업을 가격 기반이 아닌 품질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장자동화를 장려하고 로봇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이날 2020년까지 중국의 연간 산업용 로봇 생산량을 10만대로 늘리고 직원 1만명당 가동되는 산업용 로봇을 의미하는 로봇밀집도를 150대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의 ‘로봇산업발전계획 2016~2020’을 발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중국에서 로봇 바람이 당분간 더욱 강하게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용 로봇 및 소프트웨어 가격이 앞으로 10년 동안 20% 이상 떨어지는 반면 생산성은 매년 5%씩 늘어나 생산현장에서 로봇의 매력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씨티그룹은 로봇의 투자회수 기간이 2010년 5.3년에서 2015년 1.7년으로 급격히 떨어졌으며 2017년에는 1.3년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로봇굴기가 경제성장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난한 지역에까지 온기가 퍼지는 경로를 막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아직 인구의 40% 이상이 농촌 지역에 살며 이들 대다수가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빈곤층에 머물러 있다.

인도·인도네시아 등 낮은 임금을 무기로 중국을 쫓아오고 있는 국가들도 공장자동화 확산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씨티은행과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최근 보고서에서 “저임금 국가들은 농장에서 공장으로 노동자들을 보내 빠르게 성장했던 나라들과 같은 기회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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