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에도 정보통신기술(ICT)이 적극 활용되면서 산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2~29일 진행된 ‘예술 해커톤’ 행사를 통해서다. 해커톤 참여자들은 예술과 첨단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예술창업과 함께, 나아가 예술산업화를 시도했다.
지난달 2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주관으로 서울 선정릉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끝난 ‘예술 해커톤-전통편’에서 최우수상에 ‘야간 체험형 디지털 미디어 기반 관광패키지’를 선보인 미드나잇헤리티지 팀이, 우수상에는 웰앤딩 팀과 패트와매트 팀이 각각 선정됐다.
‘해커톤(Hackathon)’이란 무언가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의 핵(Hack)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팀을 짜서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기획해 간단한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개발경진 대회다. 현재 미국에서 활발하고 국내에서도 주로 IT 분야에서 열린 ‘해커톤’ 행사가 이번에는 예술 분야에서 국내 처음으로 열렸다.
전통 원천소스를 활용한 창업 아이디어·콘텐츠 기획안 개발을 목표로 진행된 이번 ‘예술 해커톤-전통편’ 행사에서는 예술 창작·기획자, 디자이너, 앱·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의 개발자까지 전공자·종사자 6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팀을 구성해 지난 22~24일 사흘간 마라톤 기획회의를 거쳐 시제품을 작성한 후 29일에는 최종 피칭을 통해 결과물을 내놓았다.
미드나잇헤리티지 팀(5명)은 ’미드나잇 인 한양’이라는 테마로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유적과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관광패키지로 VR, 홀로그램, 미디어 파사드를 적용’한 것이 호평을 받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울 종로구 보안여관에서 위치기반 증강현실(AR)을 이용해 서정주·김동리·이중섭의 작품을 감상하고 북촌한옥마을에선 3D 홀로그램으로 태평무를 보는 식이다. 팀장을 맡은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종욱(32·박사과정)씨는 “첨단기술을 통해 콘텐츠에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이를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든 숙박체험이라는 점에서 인정받은 것 같다”며 “비즈니스모델을 위한 (관련 기관의) 코칭과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웰앤딩은 ‘디지털메모리파크와 앤딩노트, 메모리북을 통해 죽음 전후 과정의 의미를 담은 전통상례 정신과 형식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스토리텔링 서비스’를 제시했다. 패트와매트는 ‘전통콘텐츠를 활용한 U-러닝 동화책 구축 시스템’을 내놓았다. 최우수상은 200만원의 상금과 표창을, 우수상은 각 50만원의 상금과 표창을 받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측은 “문화예술은 산업화가 곤란하지 않느냐는 선입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 참석자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첨단기술을 융합해 충분히 사업화가 가능한 결과물을 내놓았다”며 “사업화로 이어질 경우 크라우드펀딩과 제품전시, 청년창업지원 가산점 부여 등 후속지원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문체부·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크라우드펀딩플랫폼 ‘유캔스타트’,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문화창조융합센터, 국립국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이 참여했다. 문체부는 “해커톤이 예술계에 첨단기술과 융복합을 자극하고 창업을 촉진하는 마중물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3D 프린터, 드론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복합이나 평창문화올림픽, 공공예술데이터 등 특정 주제로 한 예술 해커톤 시리즈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