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은 화성에 홀로 남겨진 탐사대원이 화성을 탈출하기까지의 생존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지구에서 7,800만㎞ 떨어져 있는 진짜 화성 대신 요르단에 있는 ‘와디 룸’이라는 사막 지대에서 촬영됐다. 광활하게 펼쳐진 붉은빛 사막에 툭툭 불거져 나온 바위산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곳이 진짜 화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속았다.
지구에서 찍었는데 화성처럼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화성이 지구와 비슷하다는 뜻 아닐까. 화성은 실제로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이다. 평균 온도는 영하 80도이며 대기에는 미량이지만 산소도 있다. 확실한 유사점은 물이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강이나 바다처럼 물이 있는 것은 아니며 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광석, 지하의 수소(H) 전파신호 등으로 물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인류는 옛날부터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탈리아 천문학자인 조반니 스키아파렐리는 1877년 화성에 카날리(canali)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말로 ‘거대한 홈’을 뜻하는 카날리는 영어로 번역되면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로(channel) 대신 인공적으로 건설된 운하(canal)로 둔갑했다. 이를 계기로 화성 탐사 열풍이 불더니 어떤 천문학자는 운하를 봤다고 주장하며 운하가 있으니 지능이 있는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천문학자는 그물 형태의 대규모 운하가 화성 표면을 덮고 있다며 운하 지도를 그려내기까지 했지만 모두 해프닝으로 끝났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선 제조업체 스페이스X가 이르면 2018년 화성에 무인탐사선을 보낸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머스크는 앞서 “화성은 인류가 자립도시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이라며 10년 내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니 그 첫 단계를 밟는 셈이다. 그때가 되면 인류는 지구인(earthian)에 더해 화성인(martian) 명함도 찍어야 하겠다. 주민등록증 주소가 지구나 화성부터 시작할 날도 머지않았다.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