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옥시 5년만에 첫 공식 사과] 사프달 "모든 책임 지겠다"…피해자들 "면피용 사과" 분노

"7월까지 독립 기구 구성해

포괄적인 보상안 마련할 것"

"살인자""英 본사 대표하는 거냐"

피해자, 회견 중 단상 올라 울분

"한국서 폐업하라" 강력 항의도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가 피해 어린이 등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권욱기자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대표가 피해 어린이 등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권욱기자




“머리 숙여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신속히 적합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받아들입니다. 옥시(RB코리아)는 7월까지 독립적인 패널(기구)을 구성해 포괄적인 보상안을 마련하는 등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2일 오전11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3층 그랜드볼룸. 검은 정장을 입은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RB코리아 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준비해온 사과문을 차분히 읽던 사프달 대표는 중간중간 고개를 숙여 사죄의 뜻을 표했다. 지난 2001년 출시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성분이 든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이 많은 이들의 목숨을 잃게 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뒤 꼭 5년 만이다.


사프달 대표는 “(정부의 피해조사)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자사 제품을 사용한 분들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보상안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2014년 출연한 50억원 외에 올해 4월20일 발표한 바와 같이 50억원을 추가 출연해 만든 총 100억원의 인도적 기금은 1·2차 등급 판정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피해자를 위해서 쓰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1·2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 현황 조사에 따르면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거의 확실(1단계)하거나 가능성이 큰(2단계) 피해자는 모두 221명이다. 조사 대상이었던 530명 가운데 옥시 제품을 쓴 사용자는(타제품과 함께 쓴 사용자 포함) 404명(80.3%)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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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견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이 참석해 이번 사태와 옥시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사프달 대표가 회견문을 중반쯤 읽어가던 도중 피해자 유가족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단상에 올라 “you are a murder(당신은 살인자야)”라고 외치며 울분을 토했다. 한 피해자 가족은 “누구한테 사과를 하는 것이냐. 죽은 아이를 어떻게 살려낼 것이냐”며 절규하기도 했다.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은 사프달 대표에게 “한국법인을 대표하는 것이냐, 영국 본사를 대표하는 것이냐”고 물은 뒤 “옥시 한국법인에 100번도 넘게 전화했지만 (책임자를) 만날 수 없었다. 2∼3년만 있다 가는 한국 사장이 아니라 영국 본사에서 나온 사람과 이야기하겠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날 회견은 고성과 항의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특히 이날 생후 14개월부터 산소통을 달고 살아야 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14살 임성준군도 힘겨운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사프달 대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한국법인을 절대 떠나지 않겠다”며 피해자 유가족에게 종이와 펜을 건네 개인번호를 남겨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프달 대표의 회견이 끝난 후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의 최승운씨가 단상에 올라 “제 아이가 만 1살도 안 돼 병원에 입원해 8개월 만에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다 사망했다”며 “아이 한번 잘 키워보려고 산 그 살균제로 내 아이를 내 손으로 4개월 동안 서서히 죽였다”며 흐느껴 울기도 했다. 그는 “검찰 수사 면피용의 이 같은 사과는 용납할 수 없다”며 “전대미문의 참사를 유발하고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커녕 사건 은폐와 축소에 급급했던 기업을 더는 신뢰할 수 없는 만큼 한국에서 폐업하고 자진 철수하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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