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대선 클린턴 vs 트럼프 확정]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반란…160년 전통 美 공화당 '멘붕'

잇단 막말·기행에도 결국 압승…지도부에 '한 방'

"차라리 클린턴 지지" vs "그래도 대선 이겨야"

지지-반대세력 갈등 커지며 분열 장기화 조짐

0515A02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일지 수정10515A02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일지 수정1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160년 전통의 미국 공화당이 정체성 위기 등 극도의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1854년 7월6일 창당 이후 지난 160년간 에이브러햄 링컨,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등 유명 정치인을 배출하며 미국을 이끌어온 공화당은 당의 가치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아웃사이더가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무기력과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향후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과 끝까지 반대하는 세력 간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보여 당내 분열과 파열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그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치에 문외한인 부동산 재벌이 막말과 기행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잠시 정치판에 나온 것 정도로 치부했다. 2월1일 첫 경선지 아이오와에서 트럼프가 테드 크루즈에 이어 2위에 올랐을 때조차 미 정치 전문가들과 언론은 2위도 과분하다며 그의 인기에 거품이 끼었다고 평가했다.

0515A02 공화당 경선 후보 지지율 추이 수정10515A02 공화당 경선 후보 지지율 추이 수정1



하지만 경선 승리의 분수령이 되는 3월1일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트럼프가 13개 주 중 7개 주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압승을 거두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그동안 쉬쉬했던 트럼프의 지지세력들도 결집하기 시작했다. 위기를 느낀 공화당 지도부 내부에서 트럼프의 대선행을 막기 위한 ‘중재 전당대회’ 논의가 흘러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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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도 대승을 거둔 트럼프는 줄곧 승기를 이어가며 대세론을 굳혔다. 결정적으로 4월19일 뉴욕주 경선에서 트럼프는 60%가 넘는 지지율을 얻어 15% 정도의 지지를 받는 데 그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압승을 거두며 대선 후보 지명에 바짝 다가갔다. 이로써 크루즈와 존 케이식 주지사의 후보 지명 가능성은 사실상 무산됐다. 공화당 지도부에 한 방 날린 트럼프는 선거캠프 진영을 정비하는 등 공화당 주류 방식의 선거전략을 도입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어도 이길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로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까지 털어 낸 트럼프는 결국 3일 인디애나주 경선 압승으로 대선 행을 확정 지었다.

이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트럼프의 대선 후보 확정 소식을 전하면서 “공화당의 위기가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본선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에게 패해 상·하원 양원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트럼프가 당의 전통적인 가치를 훼손해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도 공화당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지지 여부를 놓고 당내 분열과 갈등이 확산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이 “이제 트럼프를 중심으로 단합해 힐러리 클린턴을 꺾는 데 초점을 맞추자”고 강조하는 등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그를 배척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은 차라리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트럼프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트럼프를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어 양 세력 간 반목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크루즈의 재정 후원자였던 토비 뉴그바우어는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지명되면 당연히 지지할 것”이라며 트럼프 결사반대 진영에 대해 “혐오스럽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공화당의 분열 조짐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의 유진 로빈슨 칼럼니스트는 “트럼프의 부각은 공화당에서 더 깊고 분명한 분열이 드러나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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