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선수 뺏긴 ‘빅데이터 AI’ 고집 말고
특정 용도별 소규모 데이터 기반으로 하는
‘도메인 AI’ 육성하면 구글 이상 효과 낼 것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성장판은 아직 열려 있습니다. 기존 빅데이터 기반의 AI를 넘어 ‘도메인 AI’를 개척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요.”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 첫마디에 희망을 이야기했다. 전통 강자인 미국이 질주하고 중국이 빠르게 약진하는 로봇 분야에서 국내 로봇 산업의 미래를 낙관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1세대 서비스로봇 사업자인 송 대표는 게임의 판이 바뀌지 않으면 판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꿔서 보는 안목을 가졌다. ‘서울포럼 2016’ 둘째 날인 오는 12일 ‘AI&휴머노이드 로봇’ 세션에서 연사로 나서는 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AI 시장에서의 기회를 강조할 예정이다.
송 대표는 KAIST에서 국내 1호로 의료로봇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메카트로닉스센터, 생산기술연구소, CTO 전략실에서 서비스로봇 기술총괄을 거쳤다. 2009년 퓨처로봇을 설립해 사업가로 전업했을 때도 그는 사업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소울웨어(SoulWare)’ 등 새로운 개념을 창안해 주변에 로봇 산업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서비스 로봇은 사람과의 협업이 중요한 만큼 로봇도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렇듯 지적 능력과 감성을 갖춘 능력으로 ‘소울웨어’ 개념을 고안해낸 것이다. 그는 이를 로봇 ‘퓨로(FURo)’로 구현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구글 등이 주도하는 AI 시장에서 과감히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규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을 하는 AI의 선점 기회는 이미 놓쳤더라도 상황별·용도별 소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도메인 AI’에서는 한국이 경쟁력이 있다고 송 대표는 강조한다. ‘도메인 AI’란 서비스 로봇의 상황·용도에 맞는 맞춤형 데이터를 이용해 이를 학습하고 실제 서비스 현장에 적용·활용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이 또한 송 대표가 직접 만든 개념이다.
송 대표는 “구글이 슈퍼컴을 이용해 바둑에 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알파고를 만들었다면 서비스로봇이 쓰이는 현장에서는 상황과 용도에 맞는 데이터가 중요하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관광용 등 각종 서비스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AI가 우세한 상황에서 송 대표가 주창하는 도메인 AI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용도별·상황별·서비스별 학습을 하기 위한 작은 데이터들도 시너지가 생기면 엄청난 힘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기려면 수십년간의 바둑 데이터를 필요로 하지만 특정 상황·서비스에 필요한 AI는 그에 맞는 데이터만으로 높은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며 “노인과 의료 등 특정 분야의 데이터를 각각 보면 작아 보여도 이들이 모이면 빅데이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지원체계에 대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송 대표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지원은 창업 단계에 몰려 있고 평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러다 보니 창업 이후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에 지원이 끊기는 황무지에는 기업들이 무서워서 가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봇·AI 분야에서도 선도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단계별 지원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