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밀컨컨퍼런스]"위기에 빠진 기업들, 미래 위해 과거를 버리진 말라"

베스트바이, 온라인 강화하며

오프라인 매장 투자 함께 늘려

캠벨, 젊은층 통조림 외면하자

유기농기업 인수 사업 다각화

경영난 타개 CEO들 비법 공개

"시장 급변, 구조조정 필수지만

핵심경쟁력·기업문화 지켜야"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막한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는 폐막일인 4일 위기에 빠진 기업을 구한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비법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구원투수의 메시지는 “미래를 위해 과거를 유지하라”로 요약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시장 급변동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기업 사정에 맞는 다양한 구조조정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한때 전성기를 이끌었던 기존의 핵심 경쟁력과 기업문화는 잃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신성장동력 창출과 구조조정 실패로 위기에 몰린 상당수의 우리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허버트 졸리(57) 베스트바이 최고경영자(CEO)는 ‘물려받은 기업을 변화시키는 작업’이라는 주제의 세션에서 2012년 CEO 취임 직후 새 경영진에게 보드게임인 ‘모노폴리’의 ‘감옥탈출(Get out of Jail, Free)’ 카드를 나눠준 일화를 소개했다. 독자적 기업가치를 지킨다면 위험감수 투자에 대해 보상해주겠다는 뜻이었다. 당시 베스트바이는 온라인쇼핑 업체와의 출혈경쟁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생존을 의심받았고 경쟁업체들은 도산이 속출했다.




허버트 졸리 베스트바이 CEO와 페데리카 마르키온니 랜즈엔드 CEO허버트 졸리 베스트바이 CEO와 페데리카 마르키온니 랜즈엔드 CEO




그의 전략은 기본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 인력에 대한 투자와 새로운 트렌드인 온라인 확충으로 ‘쇼루밍(showrooming)’이라는 악명을 떨쳐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다양한 체험공간, 제품상담, 온라인 플랫폼 확충 등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확인한 뒤 온라인에서 구매하려는 고객들을 매장 안에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데니스 모리슨 캠벨수프 CEO데니스 모리슨 캠벨수프 CEO



이날 토론자로 나선 데니스 모리슨(62) 캠벨수프 CEO는 147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대표적 식품업체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성공한 경우다. 2011년 취임 당시 캠벨은 통조림 가공식품에 치중하다 건강식품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에게 외면당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모리슨 CEO도 ‘몸에 도움이 되는 진정한 음식’이라는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 유기농 기업 인수, 비스킷·스낵 시장 진출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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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저항하는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좋은 조건에 자사주도 나눠줬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신입사원을 대거 고용했다”며 “신세대 문화를 알기 위해 나를 포함한 경영진이 이들과 공동작업은 물론 같이 쇼핑을 하거나 맥주바에도 갔다”고 회고했다.

미국 의류업체인 랜즈엔드의 페데리카 마르키온니(44) CEO는 지난해 취임 이후 브랜드 개조, 판매채널 다각화 등 기업혁신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본사와 직원 대다수가 위치한 위스콘신주의 시골 동네 도지빌과의 우호관계 유지가 최대 목표 중 하나다. 그는 “기업의 변화는 기존 직원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가운데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식음료 업체인 산토리홀딩스의 니나미 다케시(56) CEO는 2014년 취임해 노인들이 먹는 술이라는 이미지를 벗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2014년 미국 최대 증류주 업체 빔을 160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만년 업계 2위에서 1위로 올려놓았다. 문제는 110여년 전통의 가족기업인 산토리와 미 기업인 빔 간의 이질적 기업문화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내 산토리대학을 세워 양사 경영진이 서로 사업을 이해하고 미래 전략을 의논하도록 했다. 그는 “초기에는 저항이 있었지만 사적 만남도 가지면서 이제는 같은 기업이라고 여긴다”며 “기업 변화는 장기 여행처럼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로스앤젤레스=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홀딩스 CEO니나미 다케시 산토리홀딩스 CEO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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