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해운업 등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로 대기업 자금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조금씩 줄이고 있는데다 조선 및 해운업과 관련한 충당금 적립 이슈까지 더해져 관련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탓이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참석 도중 기자간담회를 열어 “구조조정 때문에 자산건전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 1·4분기에 업계 최대 규모인 2,185억원의 충당금을 쌓았고 지난 3월 말 기준 부실채권(NPL) 커버리지 비율 또한 167%에 달해 구조조정 이슈에 관한 방어막이 두껍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리의 신한’이라 불릴 만큼 이번에도 선제적인 대비를 해놓은 상태지만 향후 구조조정의 강도와 폭을 예단하기 힘든 만큼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 필요할 것이라는 발언이다.
다른 민간 은행 역시 대응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농협금융은 향후 2년간 부실 가능성이 높은 채권을 최근 전수조사했으며 농협은행의 대기업 여신 또한 지난 4월 13조1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00억원가량 줄였다. KEB하나은행 또한 2014년부터 진행해온 대기업 여신 비중 줄이기 작업을 꾸준히 진행 중이며 통합 이후인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줄인 대기업 대출만 4조2,212억원에 달한다. KEB하나은행은 상황이 좋지 않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중점관리그룹을 선정하는 방식을 통해 만기 여신에 대한 상환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며 여신을 줄이고 있다.
전체 여신에서 대기업 비중이 높은 우리은행은 지난달 대기업 대출 잔액이 22조9억원으로 6개월 사이에 9,000억원 넘게 줄였다. 이 때문에 경기 민감업종인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은행의 기업 돈줄 줄이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구조조정 이슈에도 불구하고 자금경색 현상은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조 행장도 이날 “기업의 옥석을 가려 어려운 곳을 살려야 한다”며 급속한 신용경색으로 일부 기업에서 ‘흑자도산’이 일어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시중은행들이 이같이 기업 관련 리스크 관리에 힘을 쏟음에 따라 수익을 메우기 위한 차원에서 가계 대출 부문에 대한 영업 드라이브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 1·4분기 시중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5조6,000억원이 늘어나는 등 가계 대출 상승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