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가 10년 이상 아무런 규제없이 판매됐음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시판중인 각종 화학성 생활용품에도 어떤 유해물질이 있을 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5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최근 일주일 동안 해충을 쫓아주는 방충제 매출은 13%, 향으로 악취를 줄여주는 방향제 매출은 10% 줄었다. 냄새를 없애주는 탈취제와 습기를 제거하는 제습제 매출도 각각 13%, 46% 감소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최근 보름여 동안 탈취제와 방향제 매출이 각각 15%, 16.8% 급감했고 제습제 매출은 4.6% 줄었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에서도 최근 일주일간 탈취제와 방향제 매출이 각각 28%, 5% 감소했다. 세정제 매출도 13% 줄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주부 서 모씨는 “며 “얼마 전까지만해도 애들 옷이며 남편 옷, 방안 곳곳에 뿌리던 탈취제 일부 제품에도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성분이 들어있다는 얘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며 “아이도 어린데 더 이상 이런 제품들을 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김미성(34씨)는 “세제나 탈취제, 방향제 모두 어차피 화학물질 덩어리인데 안심하고 쓸 수 있겠나”며 “집이 건조할 때는 수건에 물을 적셔 걸어놓고 탈취제를 쓰는 대신 환기를 자주 시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화학제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천연 제품을 만들어 쓰는 가정도 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베이킹소다나 구연산 등 먹어도 상관 없는 천연 재료로 세제 등을 대체하는 방법 등이 공유되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소비자 심리를 반영해 ‘베이킹소다·구연산·과탄산소다’ 등 천연세제 3종세트를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도 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불안이 증폭된 배경에는 가습기 살균제가 무려 10년 이상 아무런 규제 없이 판매된데다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확인한 검찰 역시 5년 여 동안 침묵하는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뒤늦게 항균·방균제 등 살생물제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뒷북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화학물질 포비아(공포)가 양산되지 않도록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 역시 보다 엄격히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