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비급여 의료비 제도개선 '군맹무상'

김양균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객관적 기준 없는 비급여 진료

과잉진료 유발 등 부작용 심각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대상 넓혀

현황조사 실효성 제고 나서야

김양균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김양균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군맹무상(群盲撫象). 이 한자성어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뜻으로, 제대로 된 현황 파악보다는 자신의 주관 등으로 그릇된 판단을 하는 상황을 일컬을 때 사용하고는 하는 말이다. 조금 더 나아가 정확한 판단이나 결정을 위해서는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군맹무상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분야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제도 중 이른바 ‘비급여’라 불리는 영역이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일반 대중들에게는 비급여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국민 의료비 중 대다수 국민들이 가입된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영역을 ‘급여’라 하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고 국민들이 전액 부담하는 영역을 일반적으로 ‘비급여’라고 통칭한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제도를 구성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그 반면 이 두 가지 영역은 매우 상반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국민건강보험을 통해 지급되는 급여 부분은 전문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의료기관의 진료행위가 적절한지 치료비가 과도하지는 않은지 등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심사체계가 갖춰져 있다. 하지만 비급여의 경우 전문가들도 혼란스러워할 정도로 복잡한 체계를 갖고 있고 표준화된 코드 사용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진료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동일한 진료임에도 의료기관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인 경우가 발생하고 불필요한 진료를 권유하는 등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감사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항목 2만5,084건을 분석한 결과 동일한 진료 행위임에도 병원별 가격차이가 평균 7.5배, 최대 17.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으며 비급여 코드 표준화 비율도 9.7% 정도에 불과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이러한 비급여 진료비는 2013년 기준으로 23조3,000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10.2%로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인 6.7%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국민의료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국민의료비 약 100조원 중 비급여 진료비 비중이 약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제도적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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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말 의료법 개정으로 ‘비급여 현황조사’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고 현재 현황조사와 관련한 세부사항 등을 담은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복지부 주관으로 입법예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비급여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객관적 현황에 대한 파악과 분석 등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입법예고안에는 30병상 이상의 병원급으로만 조사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어렵게 개정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자칫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체 의료기관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에 비해 비급여 의료행위가 과도하게 행해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급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비급여 현황조사’가 유명무실하게 됨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다. 어렵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온전하게 보완되기를 바랄 뿐이다.

100세 시대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국민 의료비 문제는 어쩌면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급여 제도에 대한 개선은 분명히 이뤄져야 할 과제이며 법적 근거가 마련된 비급여 현황조사 등을 통해 보다 면밀하고 현실감 있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비급여 제도가 군맹무상적 성격이 아닌 명확하고 체계적인 현황파악을 기반으로 개선돼 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국민건강제도를 마련해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김양균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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