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하버드大 금녀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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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를 다룬 영화 ‘소셜네트워크’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여자친구 에리카에게 차이자 여학생 외모를 순위로 매기는 사이트로 복수에 나선 하버드생 마크. 사이트가 개설되자 가입자가 폭증, 두 시간 만에 학교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이 사건 과정에서 마크를 주의 깊게 본 남학생 모임 ‘포셀리언클럽(Porcellian Club)’의 멤버 윙클보그 형제는 그에게 사교사이트를 만들자고 꼬신다.


마침 포셀리언클럽은 마크에게 선망과 질투·시기의 대상이었다. 에리카가 ‘금수저’ 클럽 남학생들에게 호기심을 자주 드러내면서 ‘흙수저’인 마크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기 때문이다. 복잡한 속내를 숨기고 마크는 흔쾌히 제의를 수락한다. 페이스북이 탄생하게 된 계기다. 영화에서처럼 최고 두뇌들이 모였다는 하버드대에도 이처럼 엘리트 모임이 존재한다. 집안이 빵빵한 백인 학생들이 주로 가입하는 금녀(禁女)·금남(禁男)클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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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에는 현재 남학생 6개, 여학생 5개의 클럽이 운영 중이다. 예일의 스컬앤드본즈 등 미국 동부 명문대에도 이와 비슷한 성격의 모임이 있다고 한다. 이들을 뭉뚱그려 ‘파이널 클럽(final club)’이라 부르는데 은밀하게 활동하는 게 특징이다. 무엇보다 금녀 모임인 남학생 클럽은 돈·권력·특권을 상징하기도 한다. 앵글로색슨계 부유층 자제들만 모였으니 그럴 만하지 싶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포셀리언클럽. 1791년 출범해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를 많이 배출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버드대가 특권의식에다 성차별에 젖은 이런 클럽들의 퇴치에 나섰다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다. 이들 모임에 적을 둔 학생은 내년부터 동아리 회장이나 스포츠팀 주장 등을 맡지 못하도록 했다. 외부 장학금을 받는 데 필요한 추천서도 안 써주기로 한 모양이다. 남녀공존, 융합형 인재가 대세인 시대의 흐름은 세계 최고 대학도 거스를 수 없나 보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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