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 '금융발전지수' 세계 6위에 대한 단상

[FORTUNE'S EXPERT]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지난해 7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서울 금융위 기자실에서 금융개혁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지난해 7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서울 금융위 기자실에서 금융개혁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한국은행이 IMF의 평가 기준을 이용해 세계 금융산업 경쟁력 순위를 뽑아본 결과 한국이 6위로 평가 받았다. 물론 이 결과를 놓고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 금융산업은 아직 부족한 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금융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최근 우리 금융산업에 관한 평가에서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발표되었다. 한국은행이 IMF가 제시한 방식을 사용해 객관적인 숫자로 도출한 세계 금융산업 경쟁력 순위를 발표한 것이다. 이 순위는 각국의 금융시스템을 ‘금융기관’과 ‘금융시장’ 두 분야로 나눈 후, 각 분야의 발전 정도를 심도, 접근성, 효율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하고 이를 하나의 금융발전지수로 종합해 도출했다. ‘금융기관’과 ‘금융시장’ 분야의 발전지수는 해당 부문의 ‘심도지수’, ‘접근성지수’, ‘효율성지수’ 를 산출한 후 이를 가중 평균해 구했다. 이 방식의 특징은 무엇보다 금융부문에 대한 평가를 완벽하게 객관화된 숫자만을 갖고 실행했다는 점이다.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금융기관’ 발전지수에 있어서 ‘심도지수’ 산출에는 해당 국가의 민간신용, 연기금 자산, 뮤츄얼펀드 자산, 그리고 보험료 총액을 각각 국가별 GDP로 나눈 A비율이 이용됐다. 좀더 단순하게 말하면 대출 총액의 GDP 비율을 이용해 지수를 뽑아내는 것이다. ‘접근성지수’ 산출에는 성인인구 10만 명당 ATM 숫자와 인구 10만 명당 은행 지점 수가 이용됐다. 이 역시 움직일 수 없는 숫자이다. ‘효율성지수’에 도출에 이용된 건 순이자마진, ROE, ROA 등이다. 평소에 우리가 사용하는 합리적인 숫자들이 두루 이 평가에 활용된 셈이다.

‘금융시장’ 발전지수도 마찬가지다. ‘심도지수’ 산출에는 주식 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비율과 주식거래량을 GDP로 나눈 비율 등이 이용되었다. 그렇게 하면 객관적인 지표만으로 비율이 산정되고 주관성이 개입할 여지는 사라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숫자를 1점 만점 지수로 계산을 했다.

이 평가에선 우리나라 ‘금융기관’ 발전지수가 0.789로 나타났다. 세계 183개국 중 16위로 선진국 평균인 0.783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시장’ 발전지수는 세계 2위인 0.902로 기록해 선진국 평균 0.64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리고 이 두 부분을 종합한 ‘금융발전지수’는 전 세계 6위를 기록했다. 1위는 스위스, 2위는 호주, 3위는 영국, 4위는 미국으로 나타났고, 일본은 우리보다 낮은 8위, 프랑스는 11위, 독일은 1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그 평가에서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전 세계 27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WEF가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구성요소 중에는 금융분야 경쟁력을 보여주는 ‘금융성숙도’ 분야가 들어있다. 한국의 ‘금융성숙도’는 2014년 세계 80위, 2015년 세계 87위를 기록했다. 2014년의 경우 아프리카의 말라위가 79위, 우간다가 81위였다. 2015년에도 우간다는 81위, 부탄은 86위를 기록해 한국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 금융이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였다. 아프리카 국가 분들이 들으면 기분 상할 수 있는 말이지만, 우리 금융산업 관계자들의 자존심이 상당히 구겨진 게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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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후 세계경제포럼의 평가 방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세계경제포럼 평가는 금융 수요자인 기업인들에 대한 주관적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이용해 점수를 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출 신청 후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기업인들도 평가에 참여하면서 ‘대출의 용이성’에 대해 상당히 박하게 점수가 매겨진 것이 확인되었다. 금융성숙도 가운데 ‘대출의 용이성’ 분야에선 세계 122위 수준의 점수가 나왔다. 물론 대출을 못 받거나 힘들게 받은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의 기업부문 대출총액은 740조 원 정도이고, 그 중에서 중소기업에 대출된 액수만 580조 원 가량이다. 달러로 환산할 때 5,000억 달러가 넘는 돈이 중소기업 부문에 공급된 상황에서, 객관적 숫자를 빼고 주관적인 설문조사 방식만 갖고 평가를 한다면 그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주관식 시험에서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답안지를 읽어본 수험생이 동의하기가 너무 힘들다면 채점 결과에 대해선 재고의 여지가 필요하다. 물론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선 잘 새겨듣고 추가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경쟁력에 대한 평가에 지나치게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경우 평가 결과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IMF 기준에 의한 ‘금융발전지수’ 평가에서 한국은 6위를 차지했다(우간다는 160위, 말라위는 162를 기록했다). 물론 우리나라 금융 수준이 세계 6위로 평가 받은 건 조금 과장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직관적으로 볼 때 우리 금융산업의 수준이 이 정도까지 올라온 것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수준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최근 많은 금융개혁 아젠다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대표되는 금융정책 및 감독 당국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개혁은 이제 1단계를 넘어 2단계로 접어들었다. 인터넷 전문은행, 핀테크 같은 분야에서 선진국들을 따라잡으려는 노력도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물론 결실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꾸준하게 우리나라 금융산업 수준을 제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확인되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 금융산업은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처럼,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개혁을 가속화 해야 할 시점이다.



▲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윤창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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