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찾아 첫 상견례를 가졌다. 여소야대 속 두 야권의 협력을 약속하면서도 야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두 원내 사령탑의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두 원내대표가 맞붙는 ‘1차전’은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위한 원내 구성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문하생임을 자처하며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공감대를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제가 연세대 학생회장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한열 열사 장례식에 오셔서 제 손을 잡고 펑펑 우신 기억이 있다”며 “(박 원내대표는) 정치적 스승인 DJ의 같은 문하생이기 때문에 정치적 협조가 누구보다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지원 대표는 같은 당에 계실 때 제가 존경했던 분”이라며 “신뢰하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모두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협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같은 당에 있을 때 제가 차기 지도자는 우상호라고 몇 번 이야기했다”며 “일부 언론에서 운동권 운운하는데 그 시대 운동권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느냐. 민주화 공을 다 인정해야 한다”고 우 원내대표에게 화답했다.
야권 원내사령탑의 첫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갔지만 치열하게 진행될 원내 구성 협상의 예고편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제1당에서 베풀어야지 작은 당한테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고 우 더민주 원내대표는 “저희가 이번에 호남에서 심판을 세게 받아서 반성해야겠다. 호남에서 오만하지 않았냐는 생각으로 겸손하게 호남 민심도 잘 받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호남 맹주인 박 원내대표에게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원 구성 협상을 놓고 마찰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법안 통과의 최종 문턱을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더민주는 수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운영위원회와 윤리위원회, 정보위원회와 국방위원회 등 기존 여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상임위를 통합하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를 분리해 국민의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가는 방안을 협상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민주가 동조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당이 국회의장직을 원하는 새누리당을 지원할 수 있어 두 야당 원내대표의 수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