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中 자본 거침없는 식탐…ING생명도 삼키나

인수의향서 이달말 접수 마감…매각가 최고 '3조說' 솔솔

자본력 앞세운 안방보험·핑안그룹 등서 인수 가능성 높아





상반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 매물인 ING생명의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이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결국 중국 자본이 재차 한국 보험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ING생명의 주인인 MBK파트너스와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의 ‘희망’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가격이라고는 하나 최근 시장 호가가 3조원을 넘어 국내 금융사가 선뜻 나서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반면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보험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중국의 안방보험·핑안그룹 등은 지난달에도 각각 글로벌 M&A 시장에서 매물을 하나씩 낚아채는 등 ‘큰손’으로서 역할을 멈추지 않고 있어 이번 ING생명 인수전에서도 이들이 핵심 플레이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 관측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국내외 잠재적 인수 후보자 10여 곳에 투자 안내서를 배포했다. 또 안내서 배포에 앞서 후보군들을 직접 방문, ‘세일즈’를 시작했다. 모건스탠리가 투자안내서를 보낸 곳은 KB금융·한화생명·교보생명·농협생명 등 국내 금융사와 중국의 안방·핑안·푸싱 등으로 알려졌다.

투자안내서를 받은 국내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과 비교하면 매물로서 가치가 훨씬 뛰어나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격 부담 때문에 매각 담당자들도 중국 후보군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ING생명은 지난 2013년 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네덜란드 ING그룹으로부터 1조8,000억원에 사들였으며 현재 총자산 규모는 29조6,000억원, 업계 5위다.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4조4,995억원, 순이익은 3,0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2.0%, 36.3% 성장했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성장성이 크게 둔화된 상황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급여력(RBC)비율도 325% 수준으로 상위 10개사 중 2위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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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의 격차가 큰 한화나 교보, 영업조직 확충이 필요한 NH농협, 보험 부문이 취약한 KB금융 등이 매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 역시 M&A 한 번으로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성장성 둔화와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이 국내 금융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 중국 자본은 최근까지도 글로벌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거듭 입증하고 있다. 지난달 초 안방보험이 국내에서 알리안츠생명과 알리안츠자산운용을 사들이자 핑안그룹은 곧바로 영국에서 유아용품 업체 토미티피를 1억3,500만파운드(2,3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핑안그룹과 안방보험은 각각 중국 보험 시장의 2위, 3위로 둘 다 ING생명의 유력 매수 후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안방보험의 국내 M&A 시장 행보가 공격적이어서 이번 ING생명 인수전에서도 가장 주목 받고 있다.

안방이 4일 발표한 2015년 연간 실적 자료에 따르면 안방의 총자산은 9,216억위안(164조원)으로 전년 대비 6.7배나 늘었다. 왕궈준 베이징대외경제무역대 교수는 “안방의 폭발적인 성장은 근본적으로 공격적 투자활동에 의한 것”이라며 “해외 보험 시장 M&A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안방보험이 동양·알리안츠에 이어 ING생명까지 품게 되면 국내 총자산 68조8,000억원으로 업계 4위로 등극하게 된다.

핑안 역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핑안은 중국 2위 보험사이지만 아직 전체 자산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도 되지 않는다. 시장조사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핑안은 지난 5년 동안 중국 내 M&A에는 250억달러(29조원)를 쏟아부었지만 같은 기간 해외에서는 10억8,000만달러(1조2,500억원)를 투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해외 M&A 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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