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FATCA 손 놓은 국회 탓에 6,650억 세금 더 낼 판

19대 국회처럼 비판을 많이 받은 국회가 또 있을까. 저성장·고령화시대를 맞아 다른 어떤 국회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음에도 할 일은커녕 임기 내내 여야 간 상대방의 발목을 잡는 데만 치중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식물국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 19대 국회가 한 번 더 직무유기의 불명예를 얻게 생겼다. 바로 역외탈세를 막으려 한국과 미국이 서로 자국에 개설된 상대 국가 국민의 계좌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기 위해 맺은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을 비준하지 않고 있어서다.


10일자 서울경제신문을 보면 국회는 FATCA 시행을 위해 필요한 비준은 고사하고 지난해 10월 한 차례의 비준을 위한 논의를 끝으로 지금껏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국회가 9월까지 FATCA 비준을 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미국은 내국세법에 따라 미국 내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 등 원천소득에 30%의 세금을 물린다. 현재 12.3%의 세금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거의 3배에 가까운 세금폭탄을 맞는 것이다. 갑자기 세금폭탄 세례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정작 정부의 권유로 해외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가 펀드 등 미국 주식에 투자해 얻은 이익에 대해 내는 세금은 4,620억원이나 FATCA가 비준되지 않을 경우 이 세금이 1조1,270억원으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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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CA는 외국에 막대한 재산을 숨겨놓은 일부 자산가들을 드러내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역외탈세를 막기 위해 숨겨놓은 역외소득과 재산을 신고하면 과태료와 형사처분을 감경해주는 자진신고제도를 운영했다. 이 기간에 신고된 건수는 642건, 신고된 금액은 5,129억원으로 정부는 여기에서 1,538억원의 세금을 거뒀다. 신고한 것이 이 정도라면 신고하지 않고 과세당국의 시야를 벗어나 있는 역외소득과 재산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봐야 한다.

19대 국회는 지금이라도 소임을 다해 더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우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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