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과정은 안보고 책임론만 부각" 쏟아지는 비난에 억울한 産銀

"기업 구조조정 지원 방식

당국서 의사결정하는데

문제 불거지면 여론 뭇매"

“요즘 ‘길 가다 넘어져도 다 산업은행 때문’이라고 한답니다.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을 통감하지만 일견 너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산은의 한 임원은 조심스럽게 국책은행 책임론에 대해 운을 뗐다.

정부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고강도 쇄신안 제출을 재요구하는 등 국책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끝을 모르고 번지고 있다. 책임론의 원천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한진해운 등 부실회사를 주채권은행으로서 잘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과 산은이 금융·비금융 자회사 130여곳을 거느리며 그룹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은 정부 당국과 청와대 등의 총체적인 의사결정의 산물인데 이를 모두 생략한 채 국책은행의 책임론만 부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국책은행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사태에 이른 과정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반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산은은 ‘혈세구멍’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대우조선과 STX조선 등의 대주주인 동시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이다. 수출입은행 역시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이다. 국책은행이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 지분을 대거 안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과정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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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의 본분은 기업에 대한 시설자금 지원이다. 기업대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수은 역시 시중은행이 꺼리는 해운·조선업종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거의 책임진다.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갔을 때 여신을 출자전환하는 과정에서 대출이 많은 국책은행은 출자전환 비율이 높아 대주주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자율협약·워크아웃· 법정관리 등 대기업의 구조조정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채권단이지만 이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 금융당국이다. 실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정상 상태로 두면서 산은이 대주주로서 지원하는 것 등은 서별관회의(청와대 경제현안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었다. 서별관회의에는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청와대가 고정 멤버로 참석한다. 지난 2010년 금호그룹, 2014년의 동부그룹의 구조조정도 서별관회의 안건이었으며 이 밖에도 많은 기업이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 서별관회의 등 정부 부처 회의를 거쳐 생사의 윤곽이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의 큰 그림이 정부에서 나오는 것은 금융권의 웬만한 상식”이라며 “지금 국책은행에 대한 책임론에서 정부와의 논의 등 모든 과정은 모두 증발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율협약 후 출자전환으로 국책은행이 대주주가 되면 국책은행의 ‘그룹화’를 문제 삼고, 해당 기업을 법정관리로 보내면 국책은행이 기간 산업을 버렸다는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 국책은행의 숙명이다.

2013년 법정관리 후 하림그룹에 인수된 팬오션(옛 STX팬오션)이 대표적 예다. 현재는 국내 해운업계에서 최대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해운사’로 법정관리 후 인수합병(M&A)된 우수 사례로 거론되지만 2013년 당시에는 국책은행이 잠재력 있는 기업을 외면했다며 뭇매를 맞았다. 국책은행 고위 관계자는 “팬오션은 6개월 만에 정리해서 하림에 매각까지 신속하게 끝냈지만 당시 비난 여론은 엄청났다”면서 “기준이 그때그때 다른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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