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암호 같은 ETF 이름 알기 쉽게 싹 바꾼다

영어·한글·숫자 섞여 있고

생소한 금융상품 용어 많아

이름만 보고 선택 어려워

거래소 명칭 일괄 손질키로

"개명과정 되레 혼란" 우려도



‘ARIRANG바벨상장지수’ ‘iKon100’ ‘TIGER커버드C200’.

영어와 한글, 숫자가 뒤섞여 언뜻 암호처럼 보이지만 모두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이름이다. 생소한 금융상품 용어를 압축해놓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이 이름만 보고 펀드를 선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급기야 거래소는 신규 상장 ETF의 경우 자체적으로 이름을 수정하고 있다. 지난 3월에 신규 상장한 ‘ARIRANG우량회사채50’의 본래 명칭은 ‘ARIRANG크레딧하프’였다. 이 ETF는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되 국고채를 섞는 전략을 쓴다. 거래소는 ‘회사채혼합’ 등 여러 이름을 고민하다 끝내 ‘우량회사채50’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10일 “올 하반기 206개(3월 말 기준) ETF의 이름을 일괄 손질할 예정”이라며 “분류 기준을 새로 정해 난해하고 복잡한 ETF 명칭을 투자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ETF 명칭의 일괄 손질은 지난 2004년 ETF 시장 개설 후 처음이다. 현재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ETF는 국내 148개, 해외 58개 등 모두 206개 이른다. 시장 자산총액은 23조7,000억원 수준이다.


ETF는 최근 저렴한 수수료와 안정적인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복잡한 ETF 명칭이 투자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투자지역·투자대상·투자스타일 등 5가지 정도로 ETF 유형을 구분해 이름에 반영할 계획이다. 통상 ETF 명칭은 ‘KODEX(삼성)’ ‘TIGER(미래)’ 등 운용사의 ETF 브랜드명을 시작으로 투자대상·기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KODEX레버리지’는 코스피200지수의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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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갈수록 ETF의 상품 전략이 다양해지고 여러 기법이 혼합되면서 상품명만으로 한눈에 투자대상을 짐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도 10여개가 넘는 유형으로 ETF가 구성돼 있지만 일괄성이 없다. 영문과 한글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은 물론 같은 유형의 ETF도 이름만으로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베타 ETF의 경우 한화자산운용에서 만든 상품은 ‘한화ARIRANG스마트베타퀄리티’처럼 ETF 명칭에 ‘스마트베타’가 들어간다. 그러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스마트베타’ 대신 ‘로우볼’ ‘모멘텀’과 같은 구체적인 스마트베타 전략만 이름에 노출돼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거래소가 분류한 스마트베타 ETF는 12개지만 일반 투자자는 물론 펀드평가사들도 스마트베타 ETF를 제대로 구분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거래소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제 개명 작업 과정에서 혼선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유형 구분이 복잡한 ETF를 일괄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며 “ETF 명칭이 바뀌면 기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투자 대상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ETF 명칭이 쏟아졌다”며 “코스피200 추종 ETF처럼 거래규모가 큰 대형 ETF를 제외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소규모 ETF부터 고쳐나가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 하반기 스마트베타 ETF와 액티브 채권 ETF 등 플러스 알파 수익률을 낼 수 있는 ETF 여럿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며 “명칭 정비를 동시에 진행해 진정한 시장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스마트베타 ETF는 단순 시가총액 가중 방식이 아닌 내재가치·변동성 등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상품이다. 액티브 ETF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펀드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ETF다. 거래소는 8월께 선보일 액티브 채권 ETF를 포함해 올해 80종목의 ETF를 신규 상장할 계획이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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