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의 여파로 급감했던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량이 단기물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주 들어 외국인의 단기물 매수가 늘어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라는 해석이 상당히 설득력을 얻는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은 국고채와 통안채 등을 1조원가량 순매수해 원화 채권 보유잔액을 98조1,000억원으로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주로 만기까지 최대 2년가량 남은 통안채와 국고채 등 단기물 위주로 매수가 이뤄졌으며 그 규모는 약 8,100억원이었다.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잔액은 월별 기준으로 지난 1월 101조430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100조원대를 넘어섰으나 2월 들어 96조8,110억원으로 급락했다.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이 높은 불확실성을 나타낸 영향이었다. 하지만 2월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3월 말에는 97조4,070억원으로 증가한 바 있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수세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오는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연내 1~2차례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지난주 1,600억원 수준이던 만기도래 물량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매수했다는 점에서 종목교체보다는 금리 인하 베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국채선물시장 위주로 형성되던 외국인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현물시장으로까지 퍼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최근 들어 감소세에 있는 것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2,024억원을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후 소폭의 순매수와 순매도를 반복하며 추세적 흐름을 나타내지 않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매도 우위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5주 연속 순매수를 이어오고 있으나 강도가 둔화하고 있으며 5월 초를 기점으로 매도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며 “4월 말을 기점으로 외국인 선물 매도 강도가 강해지고 있어 현물매매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원화 채권 매수는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4월 신규 취업자 수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약화됨에 따라 신흥국 채권으로의 자금유입도 예상되고 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A030010) 연구원은 “원화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의 4월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중국의 원화 채권 투자 증가로도 연결될 수 있어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