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철쭉의 향연' 경기 이천 설봉산> 삼국시대 요새 설봉산성, 진분홍빛 옷을 입다

설봉호수·등산로 따라 철쭉 만발

산성 오르면 이천·양평 등 한눈에

세계 두 곳뿐인 '돼지 박물관'선

축구·볼링 묘기 등 볼거리 풍성

설봉산 동쪽에 위치한 설봉산성 위에 철쭉군락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설봉산 동쪽에 위치한 설봉산성 위에 철쭉군락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밥맛 좋기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에서 도자기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갔더니 “개막이 내일”이란다. 축제장소인 설봉공원은 난리 북새통이었다.(축제는 5월22일까지다.) 짐을 옮기는 사람,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 물건을 나르는 사람, 장터에서 판매할 물건을 갈무리하는 사람들…. 그 가운데 엉거주춤 서 있다가는 밟혀 죽을 것 같았다. 철쭉이 만발해 있는 설봉호수를 한 바퀴 둘러보고 발걸음을 설봉산으로 옮겼다. 겨우 500m를 벗어났을 뿐인데 산 아래 행사장과는 달리 이곳은 적막강산이었다.

◇철쭉 사태 난 설봉산=조금 더 산을 올라 설봉서원에 이르자 노랫가락이 들려왔다. 서원 안에서 웬 노랫소리가 들려오는지 궁금해 들어갔더니 열댓명쯤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장구를 치면 태평가를 부르고 있었다. “닐니리야 닐니리야 니나노~” 서원을 둘러보는 동안 노래가 끝나나 했더니 사람들은 태평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서원 왼쪽길로 접어들어 영월암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100m쯤 올랐을까. 만개한 철쭉 군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천시 관고동에 위치한 394.3m의 설봉산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산으로 아래에서 만났던 김영신 문화관광해설사는 “원래 이천의 진산은 634m로 이천에서 가장 높은 원적산이었지만 문화시설 등이 밀집돼 있고 시내에서 가까운 설봉산이 진산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악산·부학산·무학산이라고도 불리는 설봉산은 산세가 아기자기한데다 철쭉이 흐드러져 산을 오르는 발걸음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워낙에 이곳은 진달래가 유명하지만 지금은 진달래 철이 지난데다 분홍색으로 피어 있는 꽃과 함께 잎새가 돋아나 있는 걸로 보아 철쭉임이 틀림없었다.

이천 도자기축제가 열리고 있는 설봉공원 앞의 설봉호수.이천 도자기축제가 열리고 있는 설봉공원 앞의 설봉호수.


설봉산이 유명한 것은 지난 2003년 세계적으로 희귀한 흰색 진달래가 발견된 것도 한몫하는데 올라가는 도중에 꽃의 크기 일반 진달래나 철쭉의 3~5배는 됨직한 하얀 꽃들이 등산로 옆에 피어 있었다. 혼자 오른 산행이라 이 꽃이 그 희귀하다는 하얀 진달래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얀 꽃을 뒤로 하고 20분 정도 산을 오르자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향토유적 제14호 영월암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다시 20분쯤 오르자 드디어 설봉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봉산은 높은 산이 아니어서 시원한 전망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설봉공원과 호수 등 도자기축제가 열릴 행사장의 전망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동쪽으로 발길을 옮겨 설봉산성 근처에 이르자 어마어마하게 피어난 철쭉군락이 나타났다. 이 일대는 전략적 요충이었던 만큼 고구려·신라·백제 세 나라의 국력이 커질 때마다 주인 바뀌었던 곳이다. 전략적 요충에 자리 잡은 설봉산성은 삼국시대 산성으로 부학산성·무학산성·관고리성이라고도 불렸다. 설봉산성 위에 올라서 남쪽을 내려다보면 이천·장호원·양평·안성 등 주변 지역이 한눈에 들어와 이곳이 전략적 요충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산에 오르기 전에 들렀던 이천시립박물관에는 설봉산성 서문이 있던 원토층에서 발굴한 백제의 토기들과 점토층에서 발굴한 신라의 토기조각들을 전시해놓고 있었는데 이외에도 통일신라시대의 토기·자기·석제류·철제류 등이 출토됐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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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의 돼지박물관은 세계에서 두 개뿐인 돼지를 테마로 한 박물관이다.이천의 돼지박물관은 세계에서 두 개뿐인 돼지를 테마로 한 박물관이다.


◇ 돼지박물관=이천에는 시내에서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지만 특색 있는 박물관이 한곳 있다. 바로 돼지박물관(www.pigpark.co.kr)이다. 돼지박물관은 2007년 세워진 독일 슈투트가르트 돼지박물관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2011년)로 개장한 돼지 관련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돼지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전시돼 있고 80여두의 돼지들이 사육되고 있다. 대부분은 애완용 미니돼지들이지만 개중에는 서너 마리의 식육용 돼지도 보인다.

관람객들을 위해 ‘돼지 운동회’라는 제목의 공연도 하는데 돼지들이 몰려나와 축구와 볼링을 하는 묘기를 선보인다. 이곳에서는 미니 돼지를 직접 안아보거나 사료를 주는 체험 외에 소시지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돼지 카페에는 이종영 대표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돼지 관련 자료들을 비롯해 그림·인형·잡지 등 1,3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이천시 율면 임오산로372번길 129-7, (031)641-7540.

/글·사진(이천)=우현석객원기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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