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면세점, 가격할인보다 중요한 것은 환율 담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1일 롯데·호텔신라·워커힐·한국관광공사 등 면세점 8곳의 환율 담합을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들 면세점은 2007년부터 5년여 동안 국산품을 달러화로 바꿔 판매하면서 시장환율 대신 면세점끼리 짬짜미한 환율을 적용했다. 공정위는 담합 행위를 확인하고도 과징금 대신 시정명령을 내린 데 대해 “담합으로 면세점 간 가격경쟁이 제한됐지만 최종 판매단계에서 환율보상 할인 등을 통해 경쟁이 활발히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짬짜미한 환율 수준이 시장환율보다 높은 경우도 있어 담합에 따른 부당이득이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발표를 보면 면세점들이 환율을 담합한 것은 명백하다. 면세점들이 판매 시점에 값을 깎아준 것은 매출을 올리기 위한 영업활동일 뿐 담합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단순히 담합 뒤 싸게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조치요 솜방망이 처벌이다.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근거로 부당이득이 크지 않다는 점을 제시한 것도 문제다. 최종가격 산정이 어려워 업체별로 구체적인 이득을 파악할 수 없었다는 공정위가 부당이득이 크지 않다는 것은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더구나 부당이득이 크건 작건 있다면 소비자는 그만큼 피해를 당했다. 피해는 소비자가 입었는데 공정위가 나서 피해를 보게 한 면세점을 봐주겠다고 생색을 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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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면세점 담합 조사는 2012년 한 면세점의 리니언시(자진신고자감면제도) 신청으로 시작됐다. 이후 4곳이 추가로 리니언시를 신청해 8곳 가운데 5곳이 담합을 스스로 인정했다. 죄를 지은 자가 죄를 인정하는데 공정위는 사실상 죄가 없다며 면죄부를 줬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담합하면 담합 기간에 발생한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관련법 조항이다. 공정위는 부당이득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담합은 경쟁을 제한하는 위법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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