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습기 피해자 생활비 준다는 정부 본질호도 아닌가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생활비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11일 “피해자들의 생계를 돕기 위해 생활비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업체가 책임을 외면해 피해자들이 치료과정에서 생활고를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게 추진 배경이다. 최근 당정협의를 마친 상태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조만간 가시화할 모양이다.

견딜 수 없는 고통도 모자라 치료비용 때문에 생활이 어려워진 피해자들이 있다니 안타깝다. 이들이 막다른 길에 이르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구제는 필요하다. 피해자들이 원한다면 경제·의료 등 어떤 지원이든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우선 피해자들을 보듬고 나중에 법적 책임이 있는 기업들에 구상권을 행사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허술한 관리감독 등 환경부의 무능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 불쑥 생계비 지원을 꺼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자칫 사태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 문제가 끼어들면 사건의 핵심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소모적인 논쟁과 혼선만 빚어질 수 있다. 벌써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에 쏟아지는 책임 논란을 피해보려는 꼼수, 면피성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정성을 의심받는 마당에 실효성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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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피해자들은 가해 기업들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장거리 비행기를 타고 옥시 본사까지 가서 원정시위를 벌이는 이유다. 피해자들에게 돈 몇푼 더 쥐여주는 게 시급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태가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그 과정에 정부는 물론 국회의 직무유기, 기업들의 범법행위는 없었는지 등을 명명백백히 규명하는 게 먼저다.

그래야 진정한 사과가 나오고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생계비 운운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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