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업무용 차량 과세 비웃는 수퍼카

오너 고가차 사용 하고도

직원이 중형차 쓴 것처럼

가짜 운행일지로 공제 받아

편법 알려주는 컨설팅 성행





지난해 법 개정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으로 고가의 외제 차만 따로 규제하지 못하다 보니 나타난 부작용이다.


11일 과세당국과 세무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도입된 업무용 차량 과세 강화방침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슈퍼카 운행 내역을 숨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컨설팅이 성행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 보통 업무용 차량으로 억대가 넘는 고가 차와 3,000만원 이하 중형차 등 여러 가격대의 차를 보유하는 점을 이용했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고가 차량을 사용해놓고 직원의 중형차가 쓴 것처럼 운행일지에 적어 비용을 공제받으라고 조언하는 컨설팅사들이 있다”며 “운행일지와 실제 사용 내역을 일일이 대조할 수 없어서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편법은 이렇다. 한 기업에 업무용 차 중 오너가 타는 1억5,000만원짜리 벤츠S클래스와 직원 영업용인 3,000만원짜리 LF쏘나타가 있다고 치자. 벤츠나 쏘나타나 유류비는 1년에 평균 200만원으로 비슷하다.

차량의 가치는 회계상 감가상각이라고 해서 구입 이후 5년간 총 가치를 나눠 인식하고 이를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즉 1억5,000만원인 벤츠는 5년간 매년 3,000만원을 감가상각비로 인식하고, 3,000만원인 쏘나타는 매년 600만원씩 감가상각비로 인식한다.


그런데 올해 도입한 업무용 차량 과세제도는 감가상각비 중 800만원과 유류비 등 각종 비용 200만원을 합해 1,000만원까지 공제한다. 1,000만원까지는 운행일지를 쓰지 않아도 비용으로 처리하되 그 이상 비용이 발생하면 운행일지를 쓰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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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벤츠는 구입 후 5년간 3,000만원의 감가상각비 중 800만원과 유류비·보험료 등은 200만원 등 1,000만원은 운행일지를 쓰지 않아도 공제받는다. 반면 쏘나타는 800만원 한도에서 600만원의 감가상각비 전부를 제하고도 400만원(1,000만원-600만원)을 유류비 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두 차량을 소유한 법인은 벤츠가 쓴 유류비가 200만원이 넘으면 쏘나타가 쓴 것처럼 속일 수 있다.

구입 이후 5년이 넘으면 편법은 더욱 쉬워진다. 5년이 넘은 쏘나타는 감가상각비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1,000만원을 모두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즉 5년이 안 된 벤츠와 5년이 넘은 쏘나타가 있다면 벤츠가 쓴 비용을 전액 쏘나타가 쓴 것처럼 활용하는 식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비용이 한도를 넘긴 만큼 오너의 세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의 회계담당자는 오너 눈치를 보며 운행일지를 속일 수밖에 없다”며 “운행일지가 오히려 고가차량을 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면죄부가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벤츠 사례에서 5년간 매년 3,000만 원에서 800만 원을 뺀 나머지 2,200만 원은 운행일지를 쓰지 않으면 그 해 상여 처리하여 법인세와 소득세로 과세하므로 더 손해이며, 운행일지를 조작할 경우 사후 검증에서 적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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