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게임중독, 질병으로 관리 - 반대

김정태 동양대 테크노공공인재학부 교수

게임산업에 찬물 끼얹는 억지발상일 뿐

정부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놓고 의료계 등 찬성 측과 이를 반대하는 게임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등록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질병코드화 추진이 예견되면서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측은 게임이 심각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주는 질병으로 실체가 확실하며 이를 예방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질병으로 규정할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질병코드로 등록되면 국내 게임 산업과 수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김정태 동양대 테크노공공인재학부 교수김정태 동양대 테크노공공인재학부 교수




세간에서 흔히 사용되는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은 사회적 통념으로서의 ‘강한 몰입’을 뜻하는 과장적 수사일 뿐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2013년 발의한 ‘게임중독법’에 이은 ‘게임=중독물질’ 동질화 시도에 게임인들은 또 한번 근심이 가득하다. 2월 복지부가 정신건강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게임중독 질병코드 제정은 심히 우려된다. 가뜩이나 위축된 게임 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복지부의 게임 질병코드화 움직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

우선 게임을 중독의 원인이나 중독물질로 규정할 만한 과학적·의학적·통계적 근거가 전혀 없다. 게임중독 상태라며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는 ‘게임뇌=짐승뇌’ 가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악한 수준임이 밝혀진 지 오래다. 이뿐 아니라 게임중독 질병코드 제정을 위해 거론되는 통계자료도 불분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인터넷게임 중독자가 68만명이며 연간 5조4,000억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든다는 근거 없는 추정치만으로 통계 운운하고 있다. 게임중독 질병화를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객관적인 통계제시가 필수인데 인터넷 과다사용 관련 수치들을 게임중독 수치로 둔갑시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기만이며 허위사실 유포다.


둘째, 게임중독 질병코드화는 게임 산업 자체를 심각히 위축시킬 것이 자명하다. 자칫 게임중독 질병코드 제정이 시행되면 대한민국 게임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게임백서 2015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 게임 종사자들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게임 산업 연평균 종사자 수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꾸준히 감소해왔다. 주목할 것은 게임 산업 인력 감소율은 2.1%로 한계사양산업인 출판·만화보다도 더 높아 심각한 상태임을 경고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국 PC방 수도 2001년 2만3,548곳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1만9,014곳)부터 대폭 감소해왔는데 2014년 PC방 수는 1만3,146곳으로 전성기인 2001년의 56% 수준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중독 질병코드가 제정될 경우 게임 종사자 급감은 더욱 가속될 것이며 게임 산업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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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게임중독 질병코드 제정은 청소년들을 잠재적 ‘질환자’로 몰아갈 수 있다. 복지부가 게임을 마약·알코올 중독처럼 질병으로 관리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하면서도 인터넷게임·스마트폰에 대한 초중고등학생의 중독선별검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는데 이 또한 문제다. 그 ‘게임중독 검사’ 또는 ‘게임중독 진단’이라는 것은 20여가지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게임중독을 고위험, 잠재적 위험,일반사용자군으로 분류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학부모는 물론이고 학생들도 이 진단설문에 참여하다 보면 대다수가 잠재적 위험군이나 고위험군 사용자로 분류되기 일쑤다. 실제 필자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 상당수가 게임중독 위험군에 들었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내와 크게 놀랐지만 해당 학교 선생님이 이 검사 결과에 대해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관행적 검사였다는 해명으로 일단락된 적이 있다. 현재의 게임중독 진단문항보다 더 개선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게임중독 질병코드 부여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자녀들이 잠재적 질환자가 될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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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게임중독 질병코드 제정 추진은 국제화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게임질병 관리를 찬성하는 측은 미국정신의학회가 2013년 출간한 다섯 번째 개정판인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DSM-5)’에서 인터넷게임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가 정식으로 진단기준에 포함된 것처럼 여론몰이를 해왔다. DSM편람은 1952년 첫 출간 이래 1996년 네 번째 출간 이후 근 10년 만에 다섯 번째 개정판 DSM-5가 나왔고 이 책자의 섹션I에는 서론과 사용법이, 섹션Ⅱ에는 진단기준과 질병코드, 그리고 섹션Ⅲ에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연구 대상들을 실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인터넷게임 장애’는 DSM-5 섹션Ⅲ에 실려 있으니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사안’으로 현재 정신질환으로 결정하기 어렵고 충분한 연구가 필요할 뿐이다. 미국 정신의학계에서도 논란이 일어 향후 10년 가까이 보류된 ‘추가 연구주제’를 한국에서 공식 ‘정신질병 코드’로 지정해 관리하려는 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과연 게임질병 코드 제정에 찬성하는 측이 바라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함인지 묻고 싶다. 혹시 이들의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한 기기묘묘한 변칙대응은 아닐지 궁금하다. 게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미디어인데 이러한 게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억지 발상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 잠재적 질환자들과 그 학부모들의 고통은 어찌 감당할 것인가.

김정태 동양대 테크노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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