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게임중독, 질병으로 관리 - 찬성

어기준 한국컴퓨터 생활연구소장

심각한 정신·물질적 피해 예방체계 필요

정부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놓고 의료계 등 찬성 측과 이를 반대하는 게임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등록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질병코드화 추진이 예견되면서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측은 게임이 심각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주는 질병으로 실체가 확실하며 이를 예방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반대 측은 질병으로 규정할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질병코드로 등록되면 국내 게임 산업과 수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소장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소장




게임옹호론자들은 게임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두뇌를 계발하고, 협동을 배우며, 치매를 예방하는 기능을 가졌으며 수출액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라고 주장한다. 즉 게임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긍정적 콘텐츠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게임의 폐해를 우려하는 쪽은 게임이 공부와 일을 방해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과도한 게임 비용 지출과 금품절도, 가족 간 갈등과 폭력, 아이템 판매사기와 해킹 등의 범죄, 게임을 하기 위한 가출, 최악의 경우 사망사고까지 일어나는 등 부작용을 야기하는 골칫거리로 규정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극과 극의 상반된 시각은 청소년들의 심야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일명 셧다운제법 제정을 두고 수년간 대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정부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두고 두 번째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는 데 반대하는 쪽은 게임중독의 뚜렷한 실체가 없으며 이 같은 방안이 시행되면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게임 산업이 위축되고 급기야 게임중독 치료를 위한 기금을 걷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중독은 정말 실체가 없을까. 한국은 세계 최초로 온라인게임을 상용화한 종주국이며 잘 갖춰진 초고속 유무선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가고 있다. 당연히 게임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국내 온라인게임 수출로 비슷한 게임문화가 형성된 동남아 국가에서도 게임중독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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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게임, 콘솔 게임 등 주로 프로그램과 사람이 대결하는 게임을 즐기는 미국 등 선진국들은 사람과 사람이 대결하는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어 게임중독에 대한 위기의식도 다르다.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정신질환인 ‘화병’이 국제적으로 정신질환으로 인정받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화병은 억울한 마음이 쌓여 발생하는데 문화가 전혀 다른 외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질환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중독도 실체가 있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질병이다. 하기 싫은 공부에도 중독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재미있는 게임에 중독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게임에 대한 모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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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는 게임옹호론자들의 주장은 옳을까.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관리된다고 해서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확산되지는 않는다. ‘게임’과 ‘게임중독’은 다르다. 질병으로 관리하는 것은 ‘게임중독’이지 ‘게임’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화투와 포커가 친목이 아닌 도박으로 이용됐다고 해서 화투와 포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지 않는 것과 같다.

게임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어떤가. 옹호론자들은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관리되면 한국은 몇조원의 중독물질을 수출하는 나라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결국 게임 산업이 위축된다고 주장한다. 술은 절제하지 못하고 마실 때 ‘알코올 중독’을 유발한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의 위험성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금 주류 수출과 수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중독의 위험으로 엄격하게 관리되는 카지노와 경마도 위축되지 않고 있는 것과 같다.

게임중독 치유를 위한 기금까지 조성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게임 업계는 담배에 매겨지는 건강증진기금처럼 게임중독 치유 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게임 산업은 이익률이 높은 산업이다. 운영이 어려운 작은 게임회사를 제외하더라도 막대한 이익을 내는 업체는 오히려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사회공헌은 국제규격 ISO2600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정보기술(IT) 기업에서도 이미 실천하고 있다.

게임 산업은 문화산업이다. 한국 게임 업체들은 온라인게임을 상용화하는 데 산업 면에서는 큰 성과를 올렸지만 온라인게임의 긍정적 문화를 가꾸는 데는 매우 인색했다. 게임을 즐기는 고객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게임 산업도 결국 붕괴될 수밖에 없다. 근시안적으로 게임중독의 질병관리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게임 업체가 능동적으로 대응해 게임 산업을 확대 발전시키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어기준 한국컴퓨터 생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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