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박희석 교수 "120년전 유럽 초연 '코레아의 신부' 고국 무대 보고파"

日에 맞선 조선왕자 다룬 발레 공연

오페라 나비부인·투란도트보다 앞서

국립발레단 2014년 공연취소 아쉬워

역사적 사건 하나하나 챙기는 일이

문화강국으로 나아가는 한걸음 될것

박희석 본대학 교수박희석 본대학 교수


“100년도 훨씬 이전에 유럽인들을 사로잡았던 발레 ‘코레아의 신부(Die Braut von Korea)’가 고국 무대에서 부활해 한국인들에게도 선보여지길 바랍니다. 공연이 돌연 무산된 지 2년이 흘렀지만 내년이면 이 작품이 탄생한 지 120년이 되니 그때라도 무대에 오르게 된다면 의미가 깊을 것 같아요. 이제 유럽에 한국이 알려지는 지는 것 같지만 당시에 이미 한국인은 굉장히 좋은 이미지로 묘사가 돼 있어요.”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독일 현지취재 과정에서 만난 박희석(사진) 독일 본 대학교 일본한국학 교수는 지난 2012년 ‘코레아의 신부’ 악보 등을 발견했던 일, 1897년 유럽 첫 공연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는 사실 등을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120년 전 ‘코레아의 신부’라는 발레 무대를 통해 일본과 중국을 소재로 한 작품보다 한국을 소재로 한 공연이 훨씬 더 뜨거운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한 뒤 지난 2014년 10월 무대에 오를 예정이던 ‘코레아의 신부’ 공연이 취소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공연 재개에 대한 바람을 담담하게 드러냈다.

‘코레아의 신부’는 일본에 맞선 조선왕자와 그의 연인에 관한 이야기로 1897년 오스트리아 빈 궁정오페라하우스(현 국립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됐으며 5년 동안 장기 공연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 ‘나비부인’(1904년)과 중국을 소재로 한 오페라 ‘투란도트’(1926년)보다 7~29년 가량 앞서 공연돼 작품 발견 당시 커다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코레아의 신부’는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이 재임하던 2013년 공연 진행이 결정됐으나 2014년 강수진 단장이 취임하면서 전격 취소됐다. 박 교수는 “공연 시점 등까지 정해놓은 상황에서 개인의 사설 단체도 아닌 국립발레단이 공연을 취소하는 것에 대해서 독일에서는 굉장히 의아해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는 국가 신뢰도에 대한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이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전임자가 짜 놓은 프로젝트를 후임자가 무산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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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의 신부’ 한국 공연이 결정된 이후 진행 과정에서 박 교수는 악보를 보유하고 있던 독일 출판사 측과 한국 측을 중재하는데 안간힘을 썼다. 일하는 방식에서 한국과 독일이 달라 상당한 조율이 필요했던 것. 그러나 공연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국립발레단으로부터 공연 취소 메일을 받았다. 당시 심정에 대해 그는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안무는 안성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무대와 의상은 제롬 카블랑이 디자인한다고 들었다. 상당히 공연 준비가 많이 됐던 걸로 보였는데, 취소가 될 수 있나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국립발레단이 ‘코레아의 신부’의 공연 취소 결정까지엔 많은 고심이 있었던 곳 또한 사실이다. 그림과 악보만 발견돼 안무 등 대부분을 창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질의 작품으로 재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 강수진 단장이 취임하면서 바로 ‘코레아의 신부’ 공연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발레단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완전히 창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대에 올리기 어렵다는 말은 지금까지 국립발레단의 발레 작품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조금 바꿔 다시 공연에 올린다는 말로 들린다”며 거듭 공연의 재추진을 희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레아의 신부’는 1897년 빈 국립오페라극장이라는 유럽 문화의 한복판에서 공연된 역사적인 발레”라며 “혹자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작은’ 역사적인 사건 하나하나를 챙기는 일이 한국이 문화강국이라는 큰길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교수는 박사논문 자료를 수집하기위해 독일 뮌헨에 갔다가 한국을 독일에 알리고 싶다는 열망으로 독일에 남게 됐으며, 현재 본 대학 내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의 학당장으로 여전히 한국과 한국 알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본=글·사진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코레아의 신부 발레음악 총보(Partitur)코레아의 신부 발레음악 총보(Partitur)


코레아의 신부 발레 줄거리가 담긴 리브레토 인쇄표지.코레아의 신부 발레 줄거리가 담긴 리브레토 인쇄표지.


코레아의 신부 의상 도안 중 일부코레아의 신부 의상 도안 중 일부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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