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많은 (일본) 가정이 자가용 한 대씩을 갖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3년 안에 가정마다 퍼스널 로봇(Personal Robot)을 갖게 될 것입니다.”(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 교수)
“로봇 빅뱅이 멀지 않았습니다. 이른 시점에 각 서비스 분야에서 로봇 활용이 확대될 것입니다.”(송세경 퓨처로봇 대표)
로봇이 현실 세계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음식점이나 은행업무 등과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인다. 로보틱스(로봇공학)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12일 ‘서울포럼 2016’ 세션 1 ‘AI & 휴머노이드-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가 온다’에 참석한 국내외 로봇 전문가들은 로봇의 생활 침투가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포럼 둘째 날 강연자로 나선 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 교수는 “올여름에 퍼스널 로봇을 출시하는데 3년 내에 (일본에서) 상용화될 것이라 자신한다”며 “보급 속도는 스마트폰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구로 교수가 창조한 개념인 ‘퍼스널 로봇’은 일반 가정에서 간병이나 언어학습 등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을 뜻한다. 이시구로 교수는 “로봇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가 비용인데 저렴하면서도 고기능성과 안정성을 갖춘 로봇이 조만간 등장할 것”이라며 “누구나 퍼스널 로봇을 가질 수 있는 시대, 퍼스널 로봇이 대세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 로봇 전문가인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는 소셜 로봇(Social Robot) 시대의 도래를 예상했다. 소셜 로봇은 ‘알파고’와 같은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AI)이 아닌 기술지능은 낮지만 특정 산업 분야에서 서비스를 전담하는 로봇을 말한다. 송 대표는 “로봇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 시장에서는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단순 서비스로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로봇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AI의 수준은 높지 않지만 산업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중국에서는 400여개의 신규 로봇회사가 신설될 정도로 로봇 붐이 일고 있다. 송 대표는 “최근 3년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참가하고 있는데 불과 3년 전에 가능성으로만 제안됐던 로봇제품들이 실제 상용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가장 놀라운 것은 시장을 통해 연구·개발·판매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중국시장의 급성장세”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인데 이 주도권을 어느 국가가 쥐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라며 “클라우드 기반과 도메인 기반의 AI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의 실생활 침투가 빨라지면서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위한 연구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로봇이 아닌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로봇개발을 시작했다는 이시구로 교수는 “인간에 가장 가까운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지과학과 신경과학 등 인간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분야를 더욱 연구해야 한다”며 “인간과 가까운 로봇은 결국 인간의 정체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고령화 시대에 기계의 도움 없이는 많은 인구를 소화해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로봇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에 대한 따뜻함, 상호신뢰, 협력, 화합의 정신을 살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해욱·정혜진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