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산하 여의도연구원은 12일 ‘구조조정과 양적완화: 쟁점과 과제’ 세미나를 열고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세미나는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가 발제를 맡고,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조원동 중앙대 석좌교수, 함상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오정근 교수는 “구조조정 과정에 필요한 자금은 적어도 30조원”이라며 한국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금액은 정부가 추산하는 10조원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오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2대 해운사 및 3대 조선사 부채가 78조원에 달한다”며 “이 중 최소 20조원은 부실화될 것이고,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처럼 부실을 파악하기 시작하면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 회생 가능한 기업을 지원할 비용, 채권시장의 경색을 막을 비용 등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며 이를 위해 부실채권정리기금·성장동력강화기금·금융안정기금 등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또 장관급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이사장 또는 민간전문가 출신의 구조조정위원장이 이 기금을 총괄, 전권을 갖고 구조조정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현 교수는 정치권이 구조조정 결과에 대한 소급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패를 보기 전에 내린 결정에 대해 패를 본 뒤에 국회가 청문회로 망신을 줘서는 안 된다”며 “그걸 아는 공무원들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야정 협의체 등을 통해서 사후 문책을 방지하는 책임 공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원동 전 수석은 기업 구조조정 자금을 투입하기 전에 국책은행의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수석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투입하면 회수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라며 “회수 가능성을 높이려면 ‘돈을 쏘는’ 한은이나 정부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엄격한 손실인식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함상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코코본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함 교수는 그 근거로 “재정자금은 장기이자율을 높여서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면 코코본드 방식은 국가신인도에 큰 영향력이 없고 장기이자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에서 정치권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 조원동 전 수석은 “국회 논의가 정치적 불확실성을 더 이상 주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20대에 비례대표 당선된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도 “구조조정 주체들이 책임지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면책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정치권 역할”이라고 호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