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핫이슈] 동국제강, 4분기 연속흑자...자발적 구조조정으로 환골탈태

재무개선약정 조기졸업 앞둔 동국제강

업황 침체, 중국발 공급과잉에

본사 사옥 매각 등 선제적 구조조정

4년만에 IR...철강 불황 정면돌파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으로 이제는 좀비기업·한계기업 같은 오명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동국제강 기업설명회(IR)가 열린 12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0)로 있는 이성호 경영관리담당 상무는 지난 2012년 2월 이후 4년 만에 IR를 여는 감격에 젖어 이같이 말했다.

이 상무는 “각종 경영지표가 개선돼 다음달 채권단 정기회의에서 2014년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 약정기간(2017년 6월)보다 1년이나 앞당긴 성과”라고 강조했다.

동국제강이 자발적이고 한발 앞선 구조조정으로 공급 과잉이 불러온 철강 불황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2015년 이후 차입금을 1조1,000억원가량 줄여 부채비율이 2014년 176.5%에서 올해 1·4분기 145.6%로 낮아졌고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도 같은 기간 -0.24에서 1.56로 개선돼 재무구조개선약정 시 채권단이 제시한 각종 조건을 여유 있게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는 “2·4분기에도 성수기를 맞아 제품가격 인상을 추진하면 영업이익률이 개선될 것”이라며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철강업은 중국 고성장세에 올라타 2000년대 호황을 누렸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수요 감소와 중국의 생산설비 확대로 공급과잉에 따른 극심한 불황이 찾아왔다. 선박용 후판을 주력 상품으로 성장해온 동국제강은 조선업 불황과 중국산 저가제품 범람으로 위기를 맞았고 결국 2014년 6월 채권단과 3년 만기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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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동국제강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1월에는 계열사 유니온스틸을 합병해 경영 효율성을 높였고 8월에는 연산 190만톤 규모의 포항 2후판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로써 전체 사업에서 후판 비중을 2014년 35%에서 20%로 낮추는 대신 냉연 비중을 끌어올려 흑자 경영의 토대를 마련했다.

꾸준한 비핵심 자산 매각과 계열사 정리도 이뤄졌다. 지난해 5월에는 애지중지하던 본사 사옥 페럼타워를 4,200억원에 매각했고 포스코 등 타법인 지분을 모두 팔았다. 계열사 국제종합기계의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고강도 구조조정 효과로 동국제강은 지난해 2·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며 재무구조개선약정 조기졸업이 가시화했다.

동국제강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는 과감히 투자했다.

대표적으로 ‘쇳물 생산’이라는 오랜 꿈을 이루고자 10년간 공을 들인 브라질 합작사 CSP 제철소가 다음달 화입과 함께 생산을 시작한다. CSP는 브라질 동북부 세아라주에 고로 제철소를 건설·운영하기 위해 동국제강(지분율 30%)과 브라질 철광석 업체 발레(50%), 포스코(20%)가 합작한 회사로 모두 54억6,000만달러가 투자됐다. 지금까지 동국제강의 최대 약점은 쇳물을 직접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포스코 등 국내외 철강사에서 반제품을 사와 후판으로 가공해 팔았다. 후판 값 하락으로 한 푼의 원가절감이 아까운 상황에서는 치명적이었다. 브라질 CSP 제철소가 가동하면 동국제강은 투자사로부터 저렴한 값에 원재료를 조달해 후판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동국제강은 또 부산공장의 프리미엄 컬러강판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포항제강소에서 신개념 코일철근 ‘DKOIL’을 생산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구조조정을 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조선과 철강·해운 등 많은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과감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스스로 일어선 동국제강에서 다른 기업들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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