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기준 인도의 총인구는 13억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유엔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인구는 오는 2022년 14억1,800만 명을 기록해 현재 1위인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대국’ 인도의 소비재 시장은 한국 기업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 생활용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홈파워는 인도 소비재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대표적인 강소기업이다. 홈파워의 성공사례를 통해 인도 소비재 시장 공략의 해법을 확인해보자.
지난 1998년 설립된 생활용품 전문기업 ‘홈파워(HomePower)’는 한때 TV홈쇼핑 시장의 붐을 타고 급성장했다. 이 회사가 TV홈쇼핑 채널을 통해 소개한 스팀청소기는 3년간 무려 1,000억 원어치가 판매됐다. 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것이다. 급성장의 배경은 꾸준한 제품 개발이었다. 빨래건조대, 청소기를 시작으로 스팀청소기, 매직행거 등 생활용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높은 내구성과 가격 대비 훌륭한 성능은 소비자, 특히 가정주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에 충분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도 훌륭했다. 앞서 언급한 스팀청소기뿐 아니라 지난 2008년 미끄러짐을 효과적으로 방지한 논슬립행거와 빨래건조대도 출시 직후부터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걷던 홈파워 앞에 갑자기 커다란 걸림돌이 등장했다. 시장 상황이 돌변한 것이다.
홈파워 관계자는 말한다. “2009년 출시한 빨래건조대가 히트한 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꾸준히 성장하던 매출이 내림세로 접어든 것이죠. 저희 제품의 성공을 확인한 경쟁사들은 값싼 유사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가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다 보니 저희의 가장 큰 판매통로였던 홈쇼핑 회사들도 관련 제품군의 판매 방송을 중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더구나 당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빨래건조기’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어요.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딱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경쟁사들이 또 다른 제품 개발에 혈안이 돼 있을 때, 홈파워는 이들과 다른 결정을 내렸다. 바로 해외 시장 진출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홈파워의 타깃이 결정됐다. 바로 인도 시장이었다. 홈파워는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을 확정한 2010년부터 철저한 시장조사에 나섰다. 특히 TV홈쇼핑 전문기업이었던 홈파워는 유통채널 중 한 곳이었던 CJ오쇼핑의 글로벌 상품 소싱 전문 자회사인 ‘CJ IMC’를 파트너로 삼고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관계자는 말한다. “해외 시장에 선보일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현재 저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제품이 통할 수 있는 시장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국가를 놓고 타진하던 중에 눈에 띄었던 곳이 바로 인도였습니다. 인도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갠지스강 주변에 마련된 엄청난 숫자의 빨래터잖아요. ‘이거다!’ 싶었죠.”
특히 홈파워가 주목한 것은 인도의 기후였다. 인도의 여름은 곧 비다. 6월부터 9월에 걸쳐 약 3개월간 인도의 하늘은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비를 뿌려댄다. 홈파워 관계자들은 빈부 격차가 심한 인도 특성상, 빨래건조기를 구매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 대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빨래건조대의 수요는 많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인도 시장을 타깃으로 정한 홈파워는 쉬지 않고 다음 스텝을 밟았다. 바로 현지 특성에 맞도록 제품을 개선·개조한 것이다.
3개월에 걸쳐 이어지는 인도 특유의 우기(雨期), 즉 몬순(Monsoon)은 유독 습한 인도 여름 날씨의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습한 날씨는 각종 자재의 변형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다. 홈파워는 현지 특유의 습한 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홈파워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선 현지 창고에 쌓일 제품 박스가 변형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스 재질을 강화하고 테두리에 심을 넣어 변형을 방지했죠. 무엇보다 빨래건조대의 주요 자재인 스테인리스가 습한 날씨 때문에 녹이 슬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스테인리스 재질을 강화하고 분체도장(가루형 페인트를 사용해 색을 입히는 방법)을 하는 부분을 스테인리스 대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습기로 인한 벗겨짐을 방지했습니다.”
홈파워는 인도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아주 세세한 특성, 심지어 패션까지 고려해 제품을 현지화했다. 홈파워가 인도에 선보인 빨래건조대는 국내 판매 제품에 비해 지지대와 접지부가 강화됐다.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정지원 차장이 말한다. “인도인들이 가장 즐겨 입는 옷은 실크 재질로 만든 인도 전통의상 ‘사리’입니다. 그런데 사리는 매우 크고 무겁습니다. 기본적인 사리는 250~400g 정도이지만 화려한 보석과 장신구가 박히면 4~5kg을 훌쩍 넘기죠. 빨래 후 물에 젖은 사리의 무게는 이보다 더욱 무거워집니다. 웬만한 건조대로는 이 무게를 견디기 쉽지 않죠. 그래서 저희는 지지대와 접지부 강화를 시도했습니다. 세세한 노력을 인도 소비자들이 알아챘던 걸까요? 출시 일주일 만에 저희가 예상했던 한 달치 판매량이 모두 동났습니다.”
이처럼 홈파워가 인도 맞춤형 빨래건조대에 쏟아 부은 정성과 노력은 인도 시장에서 곧 결실을 보게 된다. 인도 시장 진출 첫 해인 2010년 1,100대 판매를 시작으로 이듬해인 2011년에는 4만5,000여 대, 2012년에는 5만여 대가 팔렸다. 특히 2013년에는 몬순기인 8월에 집중 판매하는 전략을 통해 한 달여간 무려 3만4,000대를 판매했다. 홈파워는 빨래건조대의 성공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인도 시장에 선보이며 ‘생활용품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홈파워의 성공 사례는 인도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홈파워 관계자는 말한다. “저희가 만드는 제품은 그야말로 생활 밀착형 제품입니다. 소비자의 반응 하나하나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그렇기에 더욱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인도 시장 진출에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저희가 홈쇼핑 채널을 통해 인도 유통망을 뚫었듯이, 인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까요.”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