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생각보다 가깝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11일~1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6’의 전체 기자간담회에서 한 프랑스 기자가 “삼성과 LG 등 한국 기업들이 왜 불참했는가”라고 질문하자 게리 샤피로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 회장의 대답이었다. 샤피로 회장은 앞서 “행사 참여는 각 기업의 사정”이라고 답했지만 뒤에 한중 관계에 대한 말을 보태며 “오히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더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볍게 던진 말이었지만 말 속에 뼈가 있었다.
중국의 가전·정보기술(IT) 공습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중국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에게 왜 ‘CES 아시아 2016’에 참석하지 않느냐고 묻자 “우리 회사의 주력 시장은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한 중국 시장에 신제품을 선보여도 기술력을 빼가서 금방 비슷한 가짜 상품을 내놓는다는 불만도 있었다.
지금까지 중국은 ‘복제의 천국’이었지만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CES 아시아 2016’에서 마주한 중국은 ‘패스트 팔로어’를 넘어서 미래 기술과 혁신을 산업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선두주자의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번에 중국 업체들은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드론,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로봇,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의 ‘하이마트’ 격인 중국 최대 가전매장 궈메이나 쉬자후이의 전자상가에서도 중국인들의 한국산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에 대한 관심은 서서히 줄어드는 모습으로 화웨이·하이센스 등 자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Welcome to the future(미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CES 아시아 2016이 열린 행사장 입구에 걸린 문구다. 거대한 시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력을 갖춘 중국은 앞으로의 미래다. 베끼기 천국, 미개한 국민성 등 우리가 가진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