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갈무리 잘하겠습니다.”(변 정책위의장)
“유재석 씨 비슷하게 생기셨나요?”(박 대통령,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에게)
“(모두가 웃자)사람들이 그렇게 말씀들 하십니다.”(김 정책위의장)
“유재석 씨가 진행 매끄러운데 정책도 매끄럽게 해주시기 바랍니다.”(박 대통령)
인사말부터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과의 회동에서 참석자 한 명 한 명의 프로필은 물론 취미까지 조사해 암기한 듯 ‘개인별 맞춤형’ 인사말을 건넸다. 의례적 수사의 덕담은 한 마디도 없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먼저 다가섰다. 준비가 철저한 만큼 자신감도 넘쳐 보였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접견실에 들어선 6명의 손님 중 가장 먼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국회에서는 막 싸우시는데 실제는 등단 시인이시라고. 맞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우 원내대표는 실제로 문단에 정식 데뷔한 시인이다. 우 원내대표가 “네, 연세대 국문과를 나왔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박 대통령은 “정치도 시적으로 하시면 어떨까요”라고 했고 참석자들은 모두 함께 웃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박 대통령은 “비상대책위원장도 맡으셨다고”라고 인사한 뒤 “팔씨름도 왕이시고 무술 유단자시고. 어려움도 잘 버텨내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 잘 극복하겠다”고 답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겐 ‘달인’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격려했다. 박 대통령이 “지금 세번째 원내대표 맡으신거죠?”라며 “정책을 풀어가시는 데 달인같이 잘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덕담하자 ‘정치 8단’ 박 원내대표는 허리를 깊이 숙여 답례했다.
3당 원내대표에 비해 대중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정책위의장들과 인사에서는 박 대통령의 노력이 더욱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에게 “워낙 정책을 잘 하시니까 이렇게 맡으시게 됐는데”라고 말한 뒤 분위기를 풀기 위해 노래 얘기를 꺼냈다. 박 대통령이 “갈무리라는 노래가 애창곡이시라고요”라고 하자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갈무리 잘 하겠습니다”라고 웃으며 응수했고 박 대통령 역시 웃으며 “갈무리를 좀 잘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고 말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에게는 “정책 연구만 열심히 하시는 것 같은데 진돗개를 대단히 사랑하신다고요”라고 인사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네”라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저도 좋아하거든요”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에겐 “(과거 국회의원 시절) 상임위에서 바로 옆옆 자리에 앉으셨고 일을 잘하시는 의원으로 정평이 났는데 이제 정책위의장을 맡으셔서 아주 날개를 다시게 됐다”고 덕담을 건넨 뒤 “그런데 유재석 씨 비슷하게 생기셨나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참석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박 대통령은 “유재석 씨가 진행을 매끄럽게 잘하고 인기도 좋은데 정책을 풀어가는 것도 좀 매끄럽게 잘 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박 대통령과 참석자들과의 인사는 오후 2시 46분에 시작해 3시까지 이어졌다. 이어 참석자 모두는 박 대통령의 안내에 따라 기념촬영을 하고 회담을 시작해 3시 23분까지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이 인사말에서 보인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면서 “4·13 총선 직후 ‘20대 국회와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한 말은 허언(虛言)이 아님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는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