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나 공화당의 도널드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관계 없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대대적인 구조변경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13일(이하 현지시간) 클린턴 선거운동본부는 워싱턴포스트의 질의에 대한 답변 성명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지역 연방준비은행 이사회에서 금융업자를 제외하는 것을 비롯해 상식을 바탕으로 한 연준의 개혁이 그동안 지연돼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클린턴 전 장관은 연준이 (금융업계 뿐 아니라) 더 많은 미국인을 대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연준 고위 관리들에 대해 다양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클린턴 선거운동본부에서 그동안 진보성향 경제학자들이 꾸준히 주장해 왔던 연준 지배구조 변경 방안을 수용하기 시작한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12명인 미국의 지역 연방준비은행장들 중 5명은 돌아가면서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권을 행사하지만, 지역 연준은행장들을 선임하는 각 연준은행의 이사들 중 상당수가 금융업계 종사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민주당에서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클린턴 전 장관과 경쟁 중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해 12월 지역 연준은행의 이런 지배구조에 대해 “여우보고 닭을 지키라고 하는 셈”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대선후보에 오르더라도 마지막까지 무시하지 못할 세력으로 남은 샌더스 의원의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샌더스 의원의 여러 정책을 반영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연준 구조변경은 비교적 포함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초저금리 정책으로 미국 금융업계를 위기에서 살려냈지만, 일반 미국인들은 주택이나 자동차 같이 큰 돈이 들어가는 소비를 할 때만 초저금리의 장점을 느꼈을 뿐 오랜 기간 임금상승 정체와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짐을 져 왔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역시 연준을 ‘정조준’ 했다.
트럼프는 지난 4월에 이어 지난 5일에도 경제전문방송 CNBC 인터뷰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교체하겠다고 공언했다.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옐런 의장이 “공화당원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2018년에) 임기가 끝나면 교체하는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공화당원인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을 그대로 기용했고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도 공화당원인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을 계속 기용했던 과거 사례와 대조적이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의회 다수’ 조합이 이뤄진다면 그동안 공화당에서 추진한 ‘기계적’ 통화정책 도입이 현실화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상원 다수’ 조합에서라면 연준 의장 인준 문제로 마찰을 빚을 수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연준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