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조환익 한전사장 "이란 가스발전소 계약 눈앞...유틸리티서 '글로벌톱' 될것"

[서경이 만난 사람]

AMI 등 전력손실 낮추는 기술 세계 최고 자부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 등 잠재력 무한

에너지 신산업 구체적 목표는 스마트시티 수출

'미래 먹거리 투자' 한전이 마중물 역할 하겠다

조환익 한전 사장조환익 한전 사장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4월 일본 출장 중 급거 귀국했다. 성과연봉제 찬반 투표를 앞두고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2만명에 이르는 전 직원에게 보낸 장문의 e메일에서 “공기업 성과연봉제를 직무 저성과자를 걸러내는 징벌적 수단이 아닌 직무 열정을 유발하는 제도로 활용하겠다”고 밝히며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썼다. 결국 성과연봉제는 5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최대 공기업으로서 책임을 매끄럽게 완수했기 때문일까. 12일 서울 양재동 아트센터에서 만난 조 사장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현재 유틸리티 분야 전 세계 4위지만 조만간 1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원격검침인프라(AMI) 등에서 한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에게 에너지 대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물어봤다.


/대담=이상훈 경제부 차장 shlee@sedaily.com

-경제사절단으로 이란을 방문해 거둔 성과는.

△이란에 가서 양해각서(MOU) 10개를 체결했는데 다른 어떤 기업이 맺은 것보다 실행력이 강하다. 특히 한전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가스발전소 2개는 준계약을 한 것과 다름이 없다. 이란전력공사와 AMI를 구축하기로 한 것도 매우 가능성이 높다. AMI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미터기를 각 가정에 설치해 전기 사용량을 원격 검침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전력망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테헤란 주변 공장지대와 호르무즈섬 등 1만2,000가구에 AMI를 설치할 계획이다. 애초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본사업 진행 여부를 타진하는 데 이란 측에서 시범사업과 본사업을 동시에 준비하자고 할 정도로 기대가 큰 사업들이다.

-해외에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술이 있다면.

△전력 손실률을 낮추는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한전의 전력 손실률은 3.5% 수준이다. 이란은 17~18%, 인도도 무려 25~26%에 달한다. 다른 나라들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체제하에서 탄소 감축은 물론 전력공급을 해야 한다. 한전이 보유한 AMI 기술을 통해 전력 손실을 최대한 낮추는 게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앞으로 수출 전망이 긍정적이다.

-한전 투자의 방점도 에너지 효율 분야에 찍혀 있는지 .

△개발도상국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화력발전 분야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화력발전은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 분야는 매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잠재력은 무한한 블루오션이다. 앞으로 에너지 손실률을 줄이는 부분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다음이 신재생에너지·화력 순이다. 특히 전력 송배전 부분의 손실률을 줄이는 쪽으로 투자를 확대할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위에 달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효율 확대는 필수적이다.

-해외 사업현황은 어떤가.

△현재 7%인 해외 매출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20%로 늘리는 게 목표다. 무난하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재생 분야를 보면 요르단에서 풍력발전소 사업을 하고 있고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양광발전소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풍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은 국내 예비타당성 조사만 거치면 본계약이 가능하다. 아쉬운 점은 입찰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국내에서 또 3개월 정도의 시간을 들여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시간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특히 해외에서 이미 협상을 끝낸 사업이 국내 사정 때문에 불발되면 신인도에도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최근 대통령도 이런 부분을 강조하셨다.

-에너지 신산업과 관련해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분야는.


△ESS가 좀 더 광범위하게 보급됐으면 좋겠다. 한전은 올해 ESS 관련 투자금을 총 1,067억원 투입할 예정이다. 현재 ESS 1단계 사업으로 주파수조정용 ESS를 구축 중인데 대성공을 거뒀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많이 방문하고 있다. 2017년까지 ESS 1단계 사업에 총 2,06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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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충전 사업도 한전이 제주도에서 첫발을 뗐는데 점점 확산돼야 한다. 결국 에너지 신산업의 구체적인 목표는 스마트시티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이다. 스마트 홈, 스마트 공장, 스마트 빌딩 등은 지금 초기 단계인데 다방면으로 진화될 것이다.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다른 나라보다 빨리 구축해 해외에 보급하는 것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길이다.

-한전의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보나.

△많이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외국인들은 한전 주식을 굉장히 사고 싶어한다. 단순히 영업이익을 많이 거둬서가 아니라 한전의 미래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한전 주식의 58% 정도는 정부와 산업은행·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해 사실상 잠겨 있다. 거래가 가능한 나머지 42%의 주식 중 외국인 지분이 최근 33%까지 높아졌다. 전체 주식이 6억주라 주식 수가 적은 것은 아닌데 거래 가능한 비중이 너무 작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100대 기업 순위에서 지난해 171위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100위권 안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00위권 내 진입한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다. 우리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면 순위가 크게 올라갈 것이다.

-전경련 등에서 전기요금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재계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 주장이라고 보지 않는다. 최근에 만난 재계 인사들은 한전이 미래 먹거리 투자를 해달라고 얘기한다. 지금 주력사업 쇠퇴로 어느 기업이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나가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 부문의 마중물 투자가 필요한데 한전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데 대해 고맙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IoT가 산업으로 자리 잡기 제일 쉬운 분야가 전력이다. 전국 880만개의 전주에 센서를 달면 무궁무진한 먹거리가 생길 수 있다. 기업들이 이런 분야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R&D)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전기요금 자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제일 싸다. 전력사정이 여유 있게 된 게 불과 1년 남짓하다. 전기요금을 내리는 것이 교각살우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전력판매 시장 개방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한전이 전력판매 시장을 독점할 생각은 없다. 전력공급은 얼마 안 되는 수요에도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망을 깔아야 하고 보수도 해야 하고 요금도 받아야 한다. 시장 참여자가 공정하게 부담하고 경쟁한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무임승차하는 식으로 시장에 들어와 요금을 올리든가 하면 여론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공직 후배, 크게는 인생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융복합적 사고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 에너지 분야만 해도 에너지와 IoT·파이낸스·건설 등과의 융복합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자신의 전공 영역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은 무한경쟁 시장에서 탈락할 것이다. 지금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프로슈머가 활발하고 시장에서도 업스트림·다운스트림의 융복합이 나타나고 있다.

공직은 공공성과 효율성이 섞여 있다. 나쁜 점만 생각하면 봉급은 적고 일은 많아 최악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에서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자부하며 복합적인 사고를 키워야 한다. 그러면 일에서 사명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정리=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조환익 한전 사장 약력

△1950년 서울 △1969년 중앙고 △1973년 서울대 정치학과 △1973년 행정고시 14회 △1981년 뉴욕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1999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2000년 산업자원부 차관보 △2001년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2004년 산업자원부 차관 △2007년 한양대 경영학박사 △2007년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2008년 7월 KOTRA 사장 △2012년 12월~ 한국전력공사 사장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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