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이 새누리당의 쇄신을 주도할 당 혁신위원장을 맡는다. 차기 지도 체제와 혁신 방안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분당 사태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당 지도부가 비박계에 혁신위원장을 맡기고 쇄신을 위한 전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양 계파가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극적인 타협으로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과 ‘비박계 혁신위원장과 친박계 지도부가 권력 다툼만 하다가 세력 재편을 도모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5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서울 지역3선인 김 의원은 새누리당의 개혁적인 젊은 피”라며 “김 의원이야말로 떠나간 국민의 마음과 신뢰를 되찾고 회복하는 일을 앞장서서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17일 열리는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혁신위원장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김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총선 참패 후 한 달이 새누리당에는 더 참담한 시간이었다. 국민 눈높이에서 뼛속까지 모든 것을 바꾸는 혁신을 할 것”이라며 “최우선 과제는 특권을 내려놓고 계파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혁신위 인선과 관련, “(예상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인사들로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파 복당문제는 비켜갈 수 없고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 같은 조치가 근본적인 쇄신으로 이어지는 ‘묘수(妙手)’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서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이진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에 내정된 가운데 혁신위 수장을 외부 인사가 아닌 비박계에 내준 것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에 불과하다”며 “새누리당이 진정으로 뼈를 깎는 혁신을 하려고 결단했다면 계파 간의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외부 인사를 영입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여권이 적당한 절충을 통해 분당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차기 당권이 결정되고 현 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되면 계파가 새롭게 ‘헤쳐 모여’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탈당 의원들의 복당과 같은 예민한 문제와 관련해 김용태 혁신위원장이 어느 정도 권한을 부여 받는지가 ‘화합’과 ‘갈등 폭발’의 갈림길에 선 새누리당의 앞날을 결정지을 관건”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