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역자치단체에 따르면 인천시는 공공공사의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및 하도급업체 보호에 관한 시 조례와 지방계약법에 지역 건설업체의 공동도급비율(49% 이상)과 하도급비율(60% 이상)을 규정하고 지역 업체의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인천지역 공공공사 발주금액(1조6,850억원) 중 인천지역 건설업체의 수주금액은 5,144억원으로 30.5%에 불과했다. 시는 또 민간공사도 시공사를 선정할 때 지역의무공동도급제와 같은 지역 업체 보호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강제가 사실상 불가능해 지역 업체 수주실적은 미미한 실정이다.
실제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에서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2014년 발주한 통합데이터센터 건설공사(7,300억원)는 GS건설이, 삼성바이오 제약공장 1~3단계 건설공사(1조9,000억원)는 삼성물산이, 송도재미동포타운 1단계 조성공사(9,700억원)는 현대산업개발이, 도화 뉴스테이 공사(3,181억원)는 대림산업이 각각 진행하고 있다. 이들 공사 대부분은 인천시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프로젝트로 모두 인천지역 건설업체의 참여 없이 1군 대형 건설업체들이 공사를 독차지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9월 ‘지역 건설업체 일감 확보를 통한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대형 건설사가 주도하는 민간투자 사업에 지역 건설업체가 3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부산 에코델타시티의 경우 국가계약법을 따르기 때문에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는 30%도 안되며 실효성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법적인 효력이 없는 조례와 시의 참여 유도만으로는 대기업들이 하도급을 발주할 때 지역 업체를 외면하는 현실을 바로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책자나 CD에 지역 상위 20% 정도인 600개 건설사를 우수업체로 넣어 대형 건설사에 돌리는 등 참여시켜 달라고 읍소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2008년부터 지역 중소건설업체와의 공동도급 비율 49% 이상 및 지역 건설업체 하도급 비율 60% 이상을 권장하는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울산시가 사업비 100억원 이상과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 건설 등 17개 대형 건설공사의 하도급률 실태를 파악한 결과 공공부문 하도급률은 36.8%, 민간부문은 4.7%에 그쳐 지역 건설업체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지역 건설업체의 대형 공사 참여가 눈에 띄는 곳은 제주도 정도다. 제주도는 2조6,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제주신화역사공원 건설공사의 사업승인 조건에 지역 업체 50% 참여를 명시, 입찰공고 제출 시 50% 참여를 이끌어 냈다.
대한건설협회 인천시회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지역 업체 외면으로 수십 조원에 달하는 지역 자금이 외부로 유출되고 지역 건설업체들은 기술력 제고와 다양한 시공경험 체득 기회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