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로터리]갑자기 얼어붙었던 선생님의 회초리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중학생 때였다. 한 친구가 장난이 심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께 불려 나갔다. 선생님은 회초리로 몇 번 때리다가 “네 아버지 뭐하시는 분이냐”고 다그쳤다. 친구가 말을 못했다. 선생님은 반항으로 여기고 더 때렸다. 친구의 매 맞는 모습에 기죽어 있던 급우 중 하나가 숨죽이며 말했다. “선생님, 걔는 고아원 아이예요.” 갑자기 선생님의 손이 얼어붙었다. “이놈아, 네 처지가 그러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지 장난만 하면 되느냐.” 한 차례 더 때린 후 들어가라 하셨다. 그 뒤로 그 친구를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가 달라졌다. 지금 그 친구는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몇 년 전 사회공헌 활동차 서울 시내의 한 고아원을 찾았다. 규모가 꽤 컸고 시설도 훌륭했다. 아이들도 생각보다 밝았다. 그러나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고 컴퓨터에는 하루에 1시간만 접근이 허용된다고 들었다. 마음이 아팠다. 부모 있는 아이들이라면 저럴까. 고아원장에게 물었다. “여기 원생들 중에 공부 잘하는 아이도 있지요?” 그러자 원장은 “그럼요, 지금 고등학교에서 전교 5등 안에 드는 아이가 있어요. 그 애는 부모 없는 한을 공부로 풀어요.”라고 말했다. 대학에 입학하면 입학금은 어떻게든 마련해주지만 그다음은 본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부모의 끝 모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려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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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아이들은 일정 연령이 되면 독립해야 한다. 정착금 얼마를 쥐어 주고 내보내지만 그동안 도움 받는 데만 익숙했던 원생들이 성공적으로 자립하기란 쉽지 않다. 직장도 얻기 어렵고 돈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쉽게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고아원장과 대화를 마치고 나는 기업마다 1사 1고아원 체제를 구축해 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마다 고아원과 자매결연을 맺어 수시로 봉사와 멘토 역할을 해주는 것은 물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학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주고 졸업 후 취직까지 시켜준다면 많은 원생들이 부모 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그늘진 곳의 아이들’에 대한 연대책임을 느껴야 한다. 어쩌면 물질적 지원 이상으로 감동이 충만한 말벗이 돼주고 진정으로 고민을 들어주며 이들을 사회적 인적자원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여력 있는 기업들이 적극 나서서 소외된 아이들을 훌륭한 사회인으로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창의적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기업시민 정신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생각해봤다. 조영제 한국금융연수원장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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