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전진? 후진?...경제 키 잡은 日자동차

제조업 비중 20% 첫 돌파

'전자 몰락'에 산업의존도 커져

구조적 취약성은 되레 심화

일본 경제성장에 걸림돌 될수도

일본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전자를 제치고 ‘메이드 인 재팬’의 주역이 된 자동차 산업이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일본 경제 전반에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재채기를 하면 일본 경제가 오한에 시달린다”는 말이 나올 만큼 높은 자동차 산업 의존도가 향후 일본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일본 자동차 산업 출하액이 59조9,000억엔을 기록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자동차 산업의 출하액은 지난 2002년 처음으로 반도체·PC 등 전자기기 산업을 추월했으며 이번에 처음으로 비중 20%를 돌파했다.








자동차 의존도가 커진 것은 해외 생산거점 확대, 지속적 연구개발 등에 힘입은 자동차 산업 자체의 성장과 전자기기 산업의 부진이 겹친 결과다. 한때 일본 경제의 ‘쌍두마차’였던 전자기기 산업은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9.8%를 정점으로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산업이 일본 경제를 좌지우지하게 되면서 오히려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14일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 지진으로 4월 일본의 광공업 생산은 2%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도요타 등 주요 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이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완성차 생산대수가 계획보다 12% 감소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이날도 간토 지역에서 규모 5.6의 지진이 발생하고 신칸센 운행이 일시중단되는 등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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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조작 등 기업 내부의 문제가 불거지고 젊은층의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자동차발 경기침체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쓰비시자동차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사장이 이날 아사히신문에 미쓰비시의 나고야·미즈시마 제작소 유지 방침을 밝혔지만 협력업체 도산, 일자리 감소에 대한 일본 지역사회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정부의 노력에도 엔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불안요인이다.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고 3년 연속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도요타자동차는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환율변동으로 인한 이익 감소분에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해외 수요 감소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신문은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제4차 산업혁명’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새 견인차 성장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일본 경제의 자동차 의존은 점점 강해질 공산이 크지만 여기에는 위험성이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은행(BOJ)이 이날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월 대비 4.2% 하락한 99.3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3.7%)를 밑도는 수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이었던 2009년 11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BOJ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 가격 하락과 엔화가치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이 PPI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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