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러울 것 없는 은행원으로 살아가던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한 핀테크 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은행이 평생직장이라는 공식이 깨지는 것을 눈앞에서 봤고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직무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대출 등 단순업무만 반복하다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직을 위해 한 달에 100만원의 수강료를 내고 데이터분석 관련 수업을 들었는데 내용이 만족스러워 최근에는 이보다 비싼 심화과정을 추가로 듣고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직과 명퇴 바람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학원을 찾는 신세대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00만원이 넘는 고액의 학원비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이직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교육을 찾는 실용주의적 경향 탓에 한때 경력 개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경영학석사(MBA)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출신이라는 간판이 예전보다 효력이 없어지면서 창업이나 중소·벤처기업에 이직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온라인마케팅 등 실효성 높은 교육과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일부 교육업체의 경우 수백만원이 드는 직무교육강좌를 운영함에도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며 수천명이 1~2년 사이에 몰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인 대상 교육업체인 패스트캠퍼스 관계자는 “한 달 이상의 과정은 보통 100만원이 넘는 수강료를 받고 있지만 2년간 다녀간 수강생이 3,000명을 넘는다”며 “수강인원 평균 연령이 30세일 정도로 젊은층의 관심이 남다른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홍보마케팅회사에 다니다가 교육회사 창업에 나선 김모씨는 “회사의 성장에 한계를 느껴 창업을 꿈꿨지만 막상 회계·재무 등 회사 운영의 기초를 몰라 막막했다”며 “온라인수업임에도 100만원이 넘어 고민했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병행하기에 좋고 휴넷의 경우 매년 1,000명에 가까운 수강생 동문이 있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성인 대상 학원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성인 대상 학원은 직업기술 분야의 경우 지난 2012년 3,876개에서 2015년 4,153개로, 외국어 분야는 2012년 492개에서 2015년 559개로 느는 추세다.
이에 반해 직장인 커리어 개발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국내 MBA는 갈수록 퇴조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3개 대학 중 정원 미달 과정이 없었던 곳은 4곳에 불과하다. 2015학년 입학 경쟁률 역시 1.64대1로 전년도(1.74대1)보다 소폭 감소했다. 최근 상반기 원서접수를 진행 중인 주요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역시 예년보다 지원율이 다소 떨어졌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이러한 쇠퇴는 이직 시 경영학 석사 학위의 메리트 감소, 기업가정신과 창업 등을 강조하는 글로벌 트렌드와 유리된 교육과정,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직무능력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전문 강사진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