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생산성 하락’을 꼽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경제성장률 하락은 확대재정 등 단기 부양책으로 막을 수 있지만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노동시장 구조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경고다.
OECD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뉘는 이중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렌덜 존슨 OECD 한국경제담당관은 “지난 1995~2014년 OECD 평균의 세 배에 달했던 한국 근로자들의 시간당 생산성이 현재는 상위 국가(17개국)의 중간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는 노동시장 이중화에 따른 임금 불평등이 생산성을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OECD는 우리 전체 근로자의 3분의1이 비정규직(기간·시간제·파견) 근로자이며 임시직 근로자 비중도 22%로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고 진단했다. 존슨 담당관은 “한국 청년층(16~34세)의 생산 숙련도는 높지만 35세 이후 급격히 낮아진다”며 “이는 기업들이 어차피 나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훈련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OECD는 고용을 유연화해 불황기에 정규직 해고 비용을 줄이는 대신 최저임금 인상, 교육 훈련을 확대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존슨 담당관은 “일자리 보호 강화는 다수의 노동자에게 고용·소득 안정을 제공하지 못 한다”면서 “임금 격차를 줄여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자 하는 욕구를 감소시켜야 한다”고 평가했다.
OECD는 이와 함께 연공서열식 급여체계에 대한 손질도 당부했다. 한국은 나이가 들수록 생산성은 낮아지는데 급여는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이 고용을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존슨 담당관은 “한국은 연공서열로 임금이 높아지지만 스킬(숙련도)은 낮아지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53세를 전후해 퇴직한다”며 “임금피크제와 성과·직무 기반의 임금체계, 평생 학습 투자를 통해 임금과 생산성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데도 매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우리 경제는 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OECD는 오는 2050년 한국은 일본과 스페인에 이어 세 번째 고령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OECD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생산가능인구는 2021년 2,728만명에서 정점을 기록한 후 2050년 2,163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성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면 2050년 경제활동인구가 2,545만명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봤다. 존슨 담당관은 “어려운 출산·육아 휴직의 사용, 양질의 보육서비스 부족, 장시간의 근로 문화 등이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전체적인 근로 문화를 개선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층의 빈곤 해결을 위해서는 선별적 복지 정책을 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존슨 담당관은 “현재 한국은 노인 70%에 대해 기초연금을 지급하지만 이는 평균 임금에 6%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많은 사람에게 적게 주기보다 더 많은 돈을 최저 빈곤 노인층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