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분양권 가격은 연일 상승해 3.3㎡당 5,200만원을 넘어섰다. 5월 현재 반포동 아파트 값은 평균 3.3㎡당 3,956만원으로 분양권과 기존아파트 가격 간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셋값은 계속 오르는 데 반해 월세 거래는 늘고 아파트 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는 등 상반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부동산시장 전반에 확대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고령화 등 사회경제적 변화와 맞물리며 부동산 전 영역에서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떨이시장(법원경매)’과 기존주택시장 간 상관관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 기존주택 열기가 법원경매로 옮겨갔으나 현재는 각각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실제 법원경매시장 열기는 기존주택시장과 상관없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지옥션이 서울 아파트의 지난 1~4월 법원경매 낙찰률을 살펴본 결과 2012년 78.2%에서 2014년 84.7%, 올해 93%로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반면 기존주택시장은 전세난에도 거래량이 줄며 보합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과 비수익형 부동산 간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올해 분양한 점포겸용 단독택지의 경우 △고양 삼송 2,389대1 △광주 효천 1,304대1 △부천 옥길 1,243대1 등 1,000대1을 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비수익형 부동산은 인기를 잃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아파트다. 대형아파트는 저출산 고령화 등과 맞물려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재고시장과 신규시장의 온도차도 커지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의 1~4월 1순위 청약마감 결과 2013년에는 전체 3만3,087가구 중 1순위 마감이 1만621가구로 32.1%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 52.9%(5만9,769가구 중 3만1,644가구)까지 훌쩍 뛰었다.
매매시장과 전월세시장도 따로 가고 있다. 전월세 거래량 증가가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어든 것이 단적인 예다. 재건축아파트 값이 오른 뒤 일반아파트 값이 상승하는 현상도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재건축아파트 값은 오름폭을 키워가고 있으나 일반아파트 값은 약보합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매매와 전세시장에서 처음 감지됐던 디커플링 현상이 시장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며 “사회적 구조 변화가 경제적 사이클과 맞물려 급격하게 빨라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남원석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의 저성장 국면 진입, 저금리 기조 등을 배경으로 현재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시장이 새로운 변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이는 자산시장의 성장이나 구조 변화를 먼저 겪은 선진국과 유사한 패턴”이라며 “저성장·고령화 국면에서 보이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부동산시장이 이제 ‘뉴노멀’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라고 전했다.